[제주=이현준 기자]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나쁜 뉴스’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대입제도 개선 논란이 서울대와 교육부간 갈등 구도에서 정치권과 교육계를 양분시키는 주요 담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선발자율권’을 주장하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 6일부터 3일간 제주도에서 개최된 기획·교무처장협의회 세미나에서는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시행 방침에 대한 당정 협의 결과에 대해 “대학에 자율을 주겠다고 해놓고 정작 자율적으로 한다고 시행안을 내놓으니 못하게 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교무처장, 교육부 처사는 모순= 김영식 교육부 차관은 지난 6일 교무처장협의회 초청강연에서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관련된 제한법령을 삭제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대학별로 처한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가급적 대학 자율에 맡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통합교과형 논술도입’을 골자로 한 서울대의 자체 대입안에 대해 ‘논술이 본고사로 변질될 경우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교육부가 으름장을 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중빈 국민대 교무처장은 “교육부가 대학 자율화의 원칙을 세웠으면 그것을 뒷받침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이 같은 일은 결국 대학에게 자율을 주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기모순에 빠진 현 상황을 바꾸려는 의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주헌 숙명여대 기획처장은 “김 차관이 대학자율화를 교육부 직원에게도 강조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 직원들이 말을 안 들어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초청강사로 참석한 황우여 국회 교육위원장도 당정이 서울대의 입시안을 막겠다는 입장에 대해 “정치권에서 교육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중앙대(안성캠) 교무처장은 “교육부에서 강조하는 구조개혁과정에서조차 여러 규정으로 인해 대학이 실질적인 자율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자율화 원칙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유연한 처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처장, 정원감축도 대학 자율로=처장들은 특히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잇는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재모 협성대 기획처장은 “대학별로 사정이 다른 상황에서 교육부가 일괄적인 정원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대학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최기헌 덕성여대 기획처장도 “지난 90년대 초반, 야간학과를 주간으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정원을 늘렸던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야간학과를 폐지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실시한 대학도 있다”며 “개별대학의 상황에 맞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교육부의 지원사업이 일부 대형대학에 중복·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일부대학에 지원금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교육부가 대형대학 몇 개는 이미 선정해 놓고 나머지 대학을 ‘선택과 집중’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정경만 부산외대 기획평가처장은 특히 ‘최소정부론’을 거론하며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일침을 가했다. 정 처장은 “교육부의 역할은 대학에 지원을 해주고 대학 스스로가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일 뿐”이라며 “지나친 시장규제는 대학의 역량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 개별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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