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융복합 분야 특화사업 확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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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달 보낸 이승종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한국연구재단이 세번째 수장을 맞았다. 지난 1월 취임한 이승종 이사장은 서울대 연구부총장 출신이다. 이미 2년간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출범후 임기 3년을 채운 이사장이 없었다. 그러한 까닭에 아직도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고 새로운 활력을 도모할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취임 첫 달을 보낸 이승종 이사장을 본지 박성태 발행인이 만났다.     

- 스스로도 연구자이고 직전에는 서울대 연구부총장직도 맡았다. 연구자 입장에서 재단의 연구지원에 대해 평가한다면

"연구부총장직에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학내 연구자들로부터 개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경청해 왔다. 그런 요구사항 중에는 정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경우가 있고 이미 문제를 인식해 개선이 됐음에도 개선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한국연구재단이나 학교당국, 산학협력단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제대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여러 부분들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R&D 역사는 20~30년 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짧은 기간 동안 큰 발전을 이뤘다. 연구 지원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상당히 역동적인 나라지 않은가. 연구자들의 기대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를 맞춰가기 위해 지원 제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향상시키지 않을 수가 없다."

- 지난 20~30년간 비약적 발전을 이뤄오긴 했으나 여전히 가시적인 연구성과만을 요구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그러한 지적은 충분히 나올만 하다. SCI 논문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사실 단기간 동안 그만큼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SCI 논문에 집착할 것이냐.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연구개발과 관련 다른 국가들을 좇아가기 보다는 앞서 리드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부분들은 달라져야할 것이다. 재단에서도 연구분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논문 발표수나 특허수, SCI나 등재학술지 논문 편수를 통해 획일적으로 연구성과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기초연구사업의 경우 논문이 주된 성과이긴 하나 연구성과를 동료평가방식으로 진행해 같은 분야 전문가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까지도 면밀히 평가하려고 하고 있다."

- 최근 교과부가 재단의 현행 학술지 등재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등재(후보)학술지의 종수 증가로 학술지 간 변별력이 줄어들고 학술지 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나타나다보니 학계를 중심으로 학술지 평가제도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고 지난해 12월 교과부가 학술지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2014년부터는 학계 자율평가방식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부터 재단에서는 학술지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했고 학술지와 학회 현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학술지 평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공청회를 실시해 전국의 학술단체와 연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학문분야별 특성화된 평가지표를 통해 질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학술지 평가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술지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인용평가도 확대할 생각이다. SCI나 스코퍼스(SCOPUS)처럼 한국판 SCI인 KCI를 통해 학술지의 질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두 분의 전임 이사장들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지난 2009년 6월 출범 이래 4대 추진전략, 12개 전략과제를 추진해 적지 않은 성과와 변화를 이뤄냈다. 3개 기관의 통합으로 개별 노조도 통합됐으나 여전히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를 지닌 3개 기관 직원들의 화학적 결합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분의 전임 이사장님들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신 부분도 있다보니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고 새로운 활력을 도모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특히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한 숙제는 구성원들의 상호 소통 신뢰와 화합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조직통합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전임직원이 참여하는 '한국연구재단 행복 나눔 봉사단'의 사회공헌활동이나 격주 수요일마다 티타임을 통해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티앤톡(Tea & Talk)'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 한국형 그랜트(GRANT)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연구지원은 계획서에 따라 잘 수행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계약의 개념으로 진행됐다. 연구가 종료된 후 결과를 평가해 D등급을 받으면 과제참여를 제한하는 등 제재조치가 이뤄졌다. 연구에 따라 절대평가나 상대평가를 하게 되는데 연구 테마나 목적이 중요함에도 실패한다고 제한이 주어지면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기초연구의 경우 100% 성공이 가능한 것인가. 연구를 하다보면 하려던 연구에는 성과를 못 내더라도 이것이 다른 쪽으로는 대단한 성과물의 과정이 될 수도 있고 원래 가려던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서 오히려 실패할 뻔한 것이 성공할 수도 있다. 연구자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협약이 아니라 연구비를 수여하는 제도 즉 그랜트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다. 1년이 아닌 3년이 연구기간이며 연구결과 평가를 안한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할 수도 있다. 연구결과를 당장 평가하지는 않지만 추후 연구과제를 신청할 때 반드시 이전에 지원받은 그랜트 과제로 도출한 성과를 집중적으로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고 정산보고서도 별도로 제출하지 않지만 5% 무작위 추출을 통해 연구비 집행결과에 대한 정밀정산을 실시하게 되는 등 장치가 있다.

우선은 이공분야의 경우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에 시행한다. 매년 5000만원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이공계 연구자 3분의 1이 지원을 받는다. 상위 15% 내외의 우수 성과를 낸 연구자에게는 3년간 추가지원을 하고 추가로 지원받은 과제 중 우수한 과제는 차상위 사업에서 계속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사업간 연계도 강화했다. 이러한 연구과제를 '풀뿌리 과제'라고 부른다. 연구능력이 있으면 연구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 임기동안 가장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융합과 통섭이라는 학문적 화두가 모든 사회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경우 이공분야 내에서의 융합에 그쳤다. 아직도 잘 안되고 있는 것이 인문사회, 문화예술과 이들 과학기술분야의 만남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상대가 자신이 골몰하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기도 하다. 융합연구라는 것이 그래서 필요하다. 서울대 연구부총장 시절 융합연구 개념이 가장 약했던 예술분야 학자들과 이공학 분야 연구자들이 같이 과제를 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더라. 국악은 악보 없는 구전형식인데 이공분야에서 이를 컴퓨터로 딕테이션 즉 악보로 만들어 주는 것이 가능해지더라는 것이다. 

임기동안 기초연구본부와 인문사회연구본부로 나뉜 융합연구지원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융합연구단(가칭)을 신설하고 융복합 분야 특화사업을 더욱 확대할 생각이다. 2008년 대비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 예산만 올해 2배가 됐다. 바꿔말하면 우수한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 투명하고 전문적인 과제 심사와 선정이 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국형 PM(Project Manager)제도를 보완 완성할 것이다.그간 규정에는 있었으나 미처 운영하지 못했던 '책임전문위원(Chief Review Board, CRB)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상근 PM, 비상근 RB(Review Board), 이들 중간에서 역할하는 CRB를 배치해 전문성, 공정성, 객관성을 더함으로써 견고하고 완성도 있는 연구 선정 관리가 가능하게 하겠다."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정리 : 윤지은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

*** 이승종 이사장은.

 

 

1952년생.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화학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서울대 공대 화공과 교수로 부임해 BK21화공사업단장, 연구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연구재단에서는 기초연구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현재 한국화학공학회장, 한국공학한림원 감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위원직도 겸하고 있다. 201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웅비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 한국연구재단은.
전 학문분야를 아우르는 국가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의 효율화 및 선진화를 목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재단·한국학술진흥재단·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  2009년 6월 26일 출범한 국가연구지원전문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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