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양 본지 논설위원·건국대 밀러MOT스쿨 원장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학문 분야 간 ‘융합(convergence)’ 현상이 일반화 되고 있다. 융합은 그동안 대학에서 가르쳐왔던 전통적인 ‘학문분야(discipline)’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21세기 접어들면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정치·기술적 현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그동안 학문분야의 지식으로는 새롭게 대두되는 도전적 과제들을 쉽게 해결해 주지 못했다. 이 점에서 학문의 융합현상은 우리 사회에 새롭게 대두되는 현상과 문제점들을 보다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대두됐다.

유전자 해독에 있어서 창출되는 어마어마한 정보를 해석하는 것은 기존의 학문 분야로는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생물학·의학·통계학 등의 지식이 융합해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라는 새로운 학문분야가 나온 게 좋은 예다.

학문 융합은 두 가지 형태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좁은 의미에서 과학기술분야 간 융합이다. 이는 자연과학 및 공학 분야 간 융합으로, 앞서 이야기한 바이오인포매틱스와 더불어 생물학과 물리학이 융합해 ‘생물리학(Biophysics)’이라든가, 의약학과 화학이 융합해 ‘의약화학(medicinal chemistry)’ 등이 탄생하는 사례다. 이 유형의 융합과학의 교육을 위해서는 관련 학문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 융합 유형은 넓은 의미의 융합으로, 과학기술분야와 인문학, 경영학, 사회학 등과의 융합이다. 이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가 과학기술분야와 경영학이 융합해 탄생한 ‘기술경영(MOT: management of technology)’이다. 최근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대학원장도 기술경영에 대한 학업을 바탕으로 융합대학원을 이끌고 있다.

필자는 평생을 융합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해 왔다고 자평한다. 대학에서는 농학과 공학과 융합해 탄생한 ‘농공학(agricultural engineering)’을 전공했고, 박사과정에서는 독일에서 기술경영을 공부해 학위를 받았다. 이후 평생을 기술경영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해왔다. 융합의 시대를 맞아 융합형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 건국대 경영대학 내에 국내 최초 학부 기술경영학과와 국내 최초 경영학 기반 대학원 기술경영학과로 구성된 ‘밀러MOT스쿨’을 설립,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교육해 오고 있다.

최근 방학을 맞아 각 대학에 융합교육 논의가 활발하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융합 교육에 있어 배우려는 이들과 가르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융합 학문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융합 분야 공부를 하려고 하는 학생들은 대단히 폭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경영 분야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국가발전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적어도 한 두 개의 특정한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려는 꿈을 가져야 한다.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독서와 지식 함양이 필요하다.

융합 학문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융합분야가 새롭게 대두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연구와 교육에 열과 성을 쏟아야 한다. 융합분야 교육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로서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충분히 축적하고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들과 학술활동을 통해 충분한 교류를 한 후에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해당분야 융합 분야에 선진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상당한 기간 연구를 수행한 전문가가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융합 분야의 교육자들은 학생들에 앞서 스스로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융합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고용시장에서는 전통적인 학문분야에 대한 인재 모집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융합문야의 인재들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우대를 해줘야 한다. 융합과학을 공부한 인재는 새로운 문제의 해결에 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들은 융합형 인재에 대한 우대를 최근 늘려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융합형 인재에 대한 사회적 수요 제고는 융합교육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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