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본지 논설위원·한양여대 교수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다. 각 정당들은 정권 창출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치의 해를 맞아 정당 지도자들도 대중들을 현혹시킬 무수한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일부 대권주자들은 상당한 물밑 작업을 통해 선거 공약을 상당부분 마련해 놓은 상황이라 한다.

그간 교육정책이 ‘백년대계(百年大計)’는 고사하고 정치 시류에 야합해 즉흥적이고 편의적으로 설계되는 ‘권의지계(權宜之計)’로 추진되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철학이나 전략은 5년 동안 교육현장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에 거는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전문대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1995년 5·31 교육개혁으로 추구해 왔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MB정부에 들어 대학구조조정 등으로 구체화됐다. 고등교육기관들은 생존을 위한 힘겨운 투쟁에 돌입했다. 오랫동안 안주하며 몸집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던 대학들로서는 생존 문제를 넘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특히 사립대학이 대부분인 전문대학은 입학자원의 자연 감소와 함께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열악한 교육구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정부정책 담당자들은 전문대학이 2011년도 기준 전체 고등교육기관 중 약 42%에 해당하는 146개교나 되고, 입학정원이 약 35%에 해당되는 22만명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전문대학이 차지하는 막중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도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약 10%만을, 고용노동부나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등은 4.4%만을 전문대학에 지원했다. 이렇게 일반대학에 편중된 재정지원을 해 온 결과, 전문대학생은 전체 고등교육기관 중 최저수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로 ‘가장 값싼’ 교육을 받고 있다. 전문대학 입학자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에 속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은 질 낮은 교육을 감수하고 그 결과 값싼 노동력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는 ‘빈곤의 늪’에 빠지게 된다.

전문대학 정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단순히 전문대학 생존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전문대학이 핵심적인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외면은 사실상 고등직업교육정책을 포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산업대학의 대다수가 일반대학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전문대학은 법에서 부여받은 ‘전문직업인 양성’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 직업교육기관이다. 그러나 전문대학이 오랫동안 고유하게 수행해 왔던 취업교육, 평생교육, 산학협력기능은 자율과 경쟁이라는 정책 기조 하에 일반대학로 확대 적용됐다. 그 결과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역할이 모호해지고 전문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오히려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또한 대학 통폐합과정에서 일반대학의 입학정원은 상대적으로 증가했지만 전문대학의 정원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우리사회의 심각한 청년실업과 사교육비 문제, 소득양극화로 인한 교육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대학에 편중된 고등교육정책으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 OECD국가들은 대학진학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면서 장기화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고등직업교육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무조건 일반대학에 진학하려는 수요를 취업이 보장된 실무중심 직업교육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에 대한 매력과 사회적 위상을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직업교육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및 고용, 복지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해법임을 정당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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