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학생운동권이 연대하다? 이는 꿈에도 상상 못할 일이다. 그러나 '교육개혁'이 라는 아주 큰 틀에 한정해서였지만 지난주 실제로 건국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교육부 고위관료와 대학생들이 80년대이후 처음으로 한 연단에 마주앉아 공개토론회를 가진 것이다.

건국대, 서울여대, 가톨릭대, 공주대 등 11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참대학실현을 위한 교육대개혁 대학생 운동본부'는 지난 28일 오후 2시 건국대 학생회관 2층 중강당에서 교육부 서남수 교육정책기획관을 초청, 교육부의 교육발전 5개년 계획안 중 대학 부문을 중심으로 3시간 동안 열띤 토론회를 가졌다.

민중의례 등 학생운동권 행사의 필수절차들이 그대로 진행되며 시작된 이 날 행사는 2백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처음엔 자못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연단에는 이번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 제작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던 교육부 서남 수 정책기획관이 사회를 맡은 서울여대 총학생회장과 자리를 같이 하고 맡은 편에는 건국대, 전북대, 서울교대 총학생회장이 마주보고 앉았다.

"연구중심대는 허울은 좋지만 결국 기존 대학의 지원예산을 몰아주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결국 교육부가 인위적인 대학서열화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1조4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교육부가 나서서 확보한 전례가 없다. 그만큼 교육부는 전체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 다"

"학부제 도입은 결국 신자유주의 이념을 그대로 따라 교육의 공공성을 시장논리에 내던지는 것 아니냐", "학부제와 신자유주의와는 아무런 관게가 없다. 학부제는 교수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시대변화에 맞게 연구하는 풍토를 자극시켜 항상 새로운 문제의식에 접근시키는 것을 강제한다. 결국 이는 학문발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토론회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시간을 넘겨 끝이 났지만 양측 모두 '교육개 혁'에 대해서는 실컷 얘기했다는 표정이었다.

서 기획관은 "시안 발표전 각 대학을 순회하며 공청회를 가졌는데 왜 학생만 빼놓고 하느냐는 항의를 받아들여 토론 초청을 흔쾌히 수락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좋은 대안과 의견이라면 교육부에서 얼마든지 검토해 정책에 반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며 토론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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