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본지 논설위원/연세대 수학과 교수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사업 선정결과 발표 후, 선정되지 않은 대학 총장님 한분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총장님의 말씀이다. “이번에 사업 신청서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구성원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그런데 인재관을 세우는 일이 너무 어렵더라. 사실 아직 인재관을 세우지 못했다” 배가 목표를 분명히 정해놓지 않고 대강 항해를 해온 것이다. 다른 대학들은 어떨까.

대학들의 소개 자료를 보면 건학이념과 교육목표가 맨 앞에 나온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 중에 구성원들이 그 이념과 목표를 읽어보고 늘 마음에 담으며 교육과정에 적용하는 대학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 이념과 목표가 대개 대학소개의 ‘장식’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대학의 인재관은 건학정신과 교육목표에 담겨져 있다고 본다. 다만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추구할 수 있는 상징적인 용어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먼저 추구하는 인재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그 대학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구성원들의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갈 수 있다. 오늘의 대학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대학본부, 교수, 학생들 사이의 신뢰다. 그런데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려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목표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목표가 있는 교육”이 요구되는 것이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어떤 능력과 소양을 가질 때, 기대하는 인재로 성장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될 수 있다. 입학정책, 특히, 입학사정관제는 그 대학이 제시한 핵심역량을 잘 키울 수 있도록 준비된 학생들을 분별해내는 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학사정관제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핵심역량을 잘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 교수학습 지원 등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기대하는 인재가 양성된다. 이것이 바로 ACE 사업의 기본 틀이며, 대학 특성화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들의 주된 관심의 하나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사용되는 지표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표들은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교수들은 발표논문 숫자에 급급하고, 대학본부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보다는 취업률 올리는 일 자체에 매몰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능력과 소양을 제대로 키워주는 일은 정작 부차적이 되어 학생들과 기업들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커지게 하였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목소리의 원인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사실 교수와 직원의 급여는 어디서 오는가. 학생들로부터 온다. 그러므로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대학의 정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10세기에 형성된 대학의 개념도, 훔볼트의 대학관도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동업자’, ‘동반자’이다. 학생들을 모집함에 있어 어떻게 키워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야 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외국의 우수학생 유치도 여기에 달려있다.

오늘의 시대가 매우 어렵다. 일자리, 양극화,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등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은 큰 비전과 자신감을 키워주어야 한다. 기업들은 기본적인 인성 및 태도, 올바른 가치관, 의사소통능력 등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내일의 연구력은 오늘의 교육의 질이 결정한다.

대학들은 독자적인 인재관을 기반으로, 사회의 요구에도 부합하는 “목표가 있는 교육”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은 꿈을 키울 수 있으며, 학부모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먼저 ‘인재관’을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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