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외면속 납부는 자율… 안내면 ‘불이익’

일부 단과대 학생회가 등록금 명세서에 고지된 학생회비 외에 학회비를 추가로 걷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고액의 학회비도 문제지만 학회비 운영 내용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도 학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신입생들은 등록금과 입학금 외에 학회비로 8만 원 선에서 많게는 30만 원 이상을 내고 있다. 대부분 대학이 학회비 납부를 학생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납부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에 소재한 모 대학은 4년 치 학회비로 40여만 원을 책정했다. 이 대학 신입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어느 날 속한 과에서 학회비 40만원을 내 달라는 문서를 받아왔다”며 “특정한 사용용도의 명시도 없이 단지 ‘과의 발전을 위한’이라고 해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특히 4년 치를 한꺼번에 납입하도록 하는 대학도 있어 등록금과 입학금 외에 학회비까지 내야하는 신입생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학회비 납부를 독려하기 위해 학과 사무실 문 앞이나 학과 홈페이지 등에 미납자 명단을 공지하고 있다.

수원 소재 K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예전에 학회비 미납자 명단이 학과 사무실 문에 공개된 적이 있었다”며 “직접 내라고 강요하진 않았지만 명단 공개만으로도 학생들은 시선을 의식해 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명단 공개에 이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B씨에 따르면 학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잠가놓은 B씨의 사물함 자물쇠를 자르고 안에 있는 개인 물품을 밖에 방치했다. B씨는 “학회비를 내지 않았다고 사물함을 자르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며 “돈이 들더라도 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다한 학회비 책정도 문제지만 학회비 지출이 불투명한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도 높다. 학생회에서는 OT, MT를 비롯한 학과 행사와 학과 운영비로 학회비가 사용된다고 학생들에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운용 내역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학회비를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서는 ‘쓴 내역도 비공개고 영수증 처리도 안한다. 뭐에 쓰는지도 모르는데 한꺼번에 4년 치 납입하라고 강요한다’, ‘저도 학회장을 했었는데 그 돈 절반 이상이 술값이다’, ‘학생회 회식비로 쓴다던데…’ 등 학회비 운영에 관해 비난하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학생회 측은 학과 운영을 위해 회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대학의 총학생회장은 “잘 모이지 않고 인원이 적은 학과의 경우, 학회비가 없어 학생회 운영이 힘들다”며 “이런 경우 학생들에게 학회비를 내달라고 개인적으로 연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D대학의 경영대 학생회도 “학생회에선 학과를 운영하기 위해 기본적인 회비는 필요하다”며 “단, 학회비로 말이 많기 때문에 쓰는 것을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매달 회계와 통장 사본 등을 공개해 투명하게 학회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회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에 대해 학교 측은 “학회비는 단과대 학생회별로 따로 책정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학교에선 자세히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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