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득표 인하대 사범대 교수

  
우리나라 학교가 성적위주의 입시교육에 치중하다보니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상급학교 입시준비에 매달리다 보니 인성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학우들끼리 급우나 절친의 또래 인식보다는 경쟁대상으로 지목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학부모들은 자녀수도 적고 성적 때문에 자녀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버릇을 잘못 들이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부와 결손가정 등이 늘어나면서 밥상머리 교육은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학교폭력도 인성교육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7가지 대책의 하나로 교육전반에 걸친 인성교육실천을 포함시켰다. 3~5세 누리과정의 바른생활 실천행동에 질서, 나눔, 배려, 협력, 존중, 경로효친, 갈등해결 등의 덕목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른 인성교육은 어려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2300여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도「정치학」에서 유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습관을 들이려면 아주 어려서부터 조금씩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지능계발과 인성교육에 대하여 고민했다. 심성 계발에 음악교육이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교과부에서는 창의·인성교육의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다양한 프로그램개발과 체험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의 핵심가치인 반듯한 인성을 기르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초중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이 대학에서도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다 큰 대학생들에게 무슨 인성교육이냐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학은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과 품성을 갖춘 반듯한 인재를 길러야 하기 때문에 인성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기업에서도 신입사원 채용 때 스펙도 좋고 실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반듯한 인성을 가진 인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학이 인성교육을 시킬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지성의 요람으로서 순수학문을 탐구하기보다는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취업준비 교육을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생들은 장래 문제 때문에 입시와 다른 차원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대입 때문에 찌들고 기가 죽었다가 대학생이 되면 해방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젊음의 꿈과 낭만을 힘껏 펼쳐보자는 야무진 포부를 안고 대학에 입학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방황하는 대학생도 많지만 모두가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좋은 학점 따려고 절치부심한다. 요즘 대학생들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인성교육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없어 보인다. 대학의 인성교육 환경이 제한을 받고 있으며 묘안도 없다. 하지만 자원봉사과목을 필수로 지정한다든가 사회봉사인증제 등을 도입·확대했으면 좋겠다. 졸업학점 취득을 위한 형식적 교육과정이 아닌 실질적인 봉사체험활동을 통해서 나눔·배려·협력·공생·사랑·헌신 등의 덕목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반듯한 인재가 많아야 문화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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