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직업인 양성' 자존심 버리고 ‘무시험 편입학’ 홍보 논란

▲ 연세대 원주캠퍼스와의 '2+2 무시험 전형' 제도를 홍보하고 있는 안산 모 대학의 홈페이지 캡처 화면.
일부 전문대학이 ‘졸업 후 4년제 대학 무시험 편입학’을 내걸고 학생 모집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8년 전문대학에 전공심화 과정이 도입, 전문대학에서도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했음에도 4년제 대학행을 권하는 행태에 다른 전문대학의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을 받기 위해 전문대학의 자존심까지 내팽개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2+2전형’으로 홍보= 문제가 되는 ‘무시험 편입학’은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과 협약을 맺은 후 전문대학 졸업생을 무시험으로 4년제 대학에 편입학 시킬 수 있게 한 제도를 뜻한다. 전문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려면 대부분 편입시험을 봐야 하지만, 이 제도를 통하면 시험을 안보고도 편입할 수 있다. 고등교육법시행령 제29조에 따라 지난 2001년 신설, 학생 모집이 어려워진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협약을 맺는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7년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협약을 맺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안산의 A전문대학은 매년 25명의 졸업생을 보내고 있다. 전문대학에서의 성적과 면접으로 편입생을 선발하며, 별도 편입시험은 없다. 이 대학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이 전형을 ‘2+2 무시험 편입학 제도’라고 홍보 중이다.

지난 2010년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에 6명을 편입시킨 부산의 K전문대학 입학팀 관계자는 이 제도의 목적에 대해 “전문대학생들이 졸업 후 ‘우수대학(4년제 대학)’에서 학업을 지속하고 보다 큰 꿈을 실현토록 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미의 K전문대학은 지난 2008년 주변 4년제 대학인 K공대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 22명, 올해 20명을 무시험으로 편입시켰다. K전문대학 측은 이를 “동일계열 학제 사이의 연계교육 과정”이라 설명하면서도 “성적으로 당장 4년제 대학으로 갈 수 없는 학생들이 아예 4년제 대학 편입을 하기위해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입시홍보 때 이 제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이 대학은 “K전문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편입학을 계획했다”고 밝힌 학생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자료로 내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보도자료에는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수 있게 돼 2년간 열심히 공부한 보람을 느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 전문대학 지적 이어져= 문제는 전문대학들이 이와 같은 홍보 활동에 나서면서 전문대학 고유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연계과정’을 내세우긴 했지만 전문대학 스스로가 4년제 대학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커리큘럼 연계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문대학의 수준이 도매금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대학은 그동안 수업연한 다양화를 주장하며 4년제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사학위를 줄 수 있게 해달라고 교과부에 요구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08년 3월부터 학사학위 전공과정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산업체 경력이 없더라도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한 전공심화과정을 개설했다. 사실상 전문대학에서 학사학위 수여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는데도 ‘4년제 대학 무시험 편입’을 내건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C전문대학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 대학 애니메이션과는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한다”며 “전공심화과정뿐 아니라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4년제 대학으로의 무시험 편입학을 권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H대학의 모 교수는 “4년제 대학 무시험 편입학 제도는 한마디로 ‘멍청한 짓’”이라며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으로 가는 통로로 전락하고 스스로의 경쟁력도 깎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장 신입생을 유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전문직업교육’을 통해 4년제 대학과 차별화를 하는 것이 전문대학의 생존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측은 이 제도에 대해 “상황 파악은 우리도 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현재로선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일부 전문대학에서 과하게 홍보하는 것은 문제지만 ‘연계과정’ 일종으로 보면 그리 큰 문제는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김기중·김재홍 기자 gizoong·duncan21@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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