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전문가 지상 토론회

수도권 쏠림 막고 지방대 늘리되 자구노록 뒤따라야

▲ 왼쪽부터 구자문 대학선진화관, 이병운 국교련 상임회장,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지난해 하위 15% 선정으로 본격화된 대학 구조조정의 소용돌이가 더욱 거세졌다. 대학사회가 직격탄을 맞았다. 문을 닫는 곳이 하나 둘씩 생겨나며 대학의 생존이 화두로 떠올랐다. 구조조정의 대전제는 학령인구 감소다. 10년 안으로 대학 입학정원과 고교 졸업자 수의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입학자원이 현재의 60% 수준까지 줄어든다. 미리 대처해야 충격파를 줄일 수 있다는 구조조정의 대의명분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부실대학을 찍어 퇴출시키는 지금의 방식에 대한 총체적 검토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대학신문은 올해 초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지역 대학 총장단의 간담회를 열어 현장과 교육 당국의 소통에 힘을 보탠 데 이어 ‘대학위기 극복’ 시리즈를 연재해 현행 구조조정에 대한 대학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해법을 담아냈다. 동시에 정부가 목표로 내건 대학의 자발적 변화와 질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해 양쪽 입장을 균형감 있게 전달,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썼다. 시리즈 마지막 회에서는 교과부와 대학, 시민단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는 지상토론을 마련했다. 토론에는 교과부 구자문 대학선진화관(국장), 이병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이 참여했다.

-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정부에 의한 강제 퇴출방식이 맞는지가 쟁점이다.

구자문 대학선진화관(이하 구)= 하위 15% 선정을 시작으로 한 깔때기 모양의 구조조정 틀을 이번 정부에서 마련했다. 교과부 입장에서는 강제적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인구구조가 급변하는 데 따른 대학들의 극복과제를 제시하며 정부가 기본적 틀을 만든 것이라 이해해 달라. 앞으로 입학자원이 워낙 많이 줄어들지 않느냐. 계속 경고하고 위험신호를 보내는 수밖에 없다. 손 놓고 있다 대학들이 한꺼번에 위기를 맞으면 국가적 혼돈이 올 것이다. 지난해 명신대, 성화대학 퇴출 사례만 봐도 편입학 등 대책 마련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대학들은 준비가 미흡한 면이 있어 정부가 사전에 체크하고 있다. 기본적 원칙을 설정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한 것이다. 그래야 대학들이 자구책을 고민한다.

이병운 국교련 상임회장(이하 이)= 국립대 사례를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정부의 정책 이행 여부를 교육역량강화사업 지표로 활용하고 구조개혁 대상 평가기준으로 삼는 게 사실상 강제가 아니고 무엇인가. 전제와 배경이 중요하다. 구조조정을 한다면 전체적 산업수요와 사회구조를 감안한 수급 현황에 근거해야 한다. 또 시장기능과 무관한 기초과학 육성 역할을 맡아야 하는 국립대는 사립대와 다른 기준이 적용될 필요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교과부 의도가 의심스럽다. 국립대의 경우 포장은 학령인구 감소 대비인데 실제로는 총장직선제 폐지가 핵심 아닌가. 행·재정 지원을 볼모삼아 밀어붙이는 것은 힘의 논리일 뿐이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이하 오)=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불가피하게 시장경쟁 체제로 가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지방 소규모 대학은 학생들을 확보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다.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방 소규모 대학들이 불리한 것은 어쩔 수 없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개별 대학의 특성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이하 안)= 대학 구조조정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대학의 양적·질적 ‘개혁’이 필요한데 지금 방식은 지방대 망신주기, 일방적으로 퇴출시키기일 뿐이다. 강제에 의한 일방적 구조조정은 문제가 많다. 물론 비리가 심한 대학은 개혁이 필요하지만 퇴출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역 대학은 지역의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애기보다 국·공립대로 전환하는 방식이 옳다. 그것이 지방도 살리고 교육도 살리는 길이다. 또한 지금처럼 학생들이 피해 입는 방식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 입학자원 감소의 충격파를 어떻게 줄일지가 핵심이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편입학 축소를 수용했는데.

오= 수도권 편입학 축소 방침은 방향이 달라지는 시작으로 본다. 아무런 준비 없이 부실대학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잡음이 나게 돼 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준비해 변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완충 효과’도 있겠지만 정부가 형평성 차원에서 편입학 인원을 조정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할 필요는 있다. 단순히 지방대를 위해 일방적 정책을 편다면 무리가 따를 것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주되 기본적으로 대학들이 자구 노력을 하는 게 맞다. 결국 최종선택은 수요자인 학생들의 몫이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시장경쟁에 맡겨야 한다.

이= 올바른 방향이다. 인구 분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역 대학을 살려야 한다. 연세대·고려대 같은 서울의 유명 사립대들의 학부 인원이 2만~3만명 수준이다. 하버드대를 봐라. 학부 인원 5천명 내외다. 편입학 축소에 그칠 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진단을 잘해야 처방이 잘 나오는 법이다. 입학자원 줄어든다는 명분으로 부실대학으로 낙인찍어 퇴출시킬 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정원부터 손대야 한다. 그야말로 블랙홀처럼 지방 학생들을 빨아들이고 있지 않나.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쏠림현상 해소가 시급하다. 이건 필요가 아니라 당위다.

안= 맞다. 지방대를 살리려면 아예 수도권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서울대의 특권을 깨뜨리기 위해 연세대·고려대 등 사립대 정원을 늘리는 수법을 써왔다. 이제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지방대 인원을 늘려줘야 한다.

구= 수도권 대학 편입학 축소가 정책 자체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본적 틀은 그대로 간다. 교과부의 원칙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이다. 학령인구 감소 대응과 고등교육의 질 관리·제고다. 수도권 편입학 축소는 이 방침에 부합한다. 지방대 학생 충원이 어려워 이를 개선해주는 측면이 있지만, 고등교육의 질을 담보한다는 의의도 있다. 편입학이 원래 취지와 달리 학사관리 부실의 원인이 되고, 대학 이동경로로 활용되는 단점이 드러나 일정 정도 제한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현행 방식대로라면 지방대부터 죽는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어떻게 보나.

이= 당연하다. 현실적으로 체급이 다르다. 헤비급과 라이트급을 붙여놓으면 경쟁이 되겠나. 시장기능에만 맡겨놓으면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로 인해 지역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다. 빈익빈 부익부로 지역 대학들은 사양길에 접어들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정부의 개입이 있어야 하는데, 강제적 정책이 아닌 의견 수렴을 통한 합리적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지방대를 적극 지원하는 게 맞다. 전국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게 우선이고, 이후에는 지방대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의 구조조정 방식은 지방대 퇴출로 수렴된다. 그동안 수도권 대학들은 특혜를 많이 받았고 제반 여건도 좋다. 정부가 고등교육 재정을 늘려 이제는 지방대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

오=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방대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과 수도권을 나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역차별 아닌가. 전체를 아울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똑같은 잣대로 평가한다면 수도권에서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더라도 이의 제기가 어려울 것이다. 굳이 나눠 평가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구= 지방대에만 불리하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수도권에 우수한 대학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방대도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물론 지역사회 산업이나 사회·문화적 구조와 여건이 다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 교과부는 흔들림 없이 기존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위 15% 중 5%는 지역과 수도권을 따로 평가해 선정했는데 올해도 이 방식대로 간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이 채찍이라면 당근책도 마련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역 대학 육성방안을 고민해 구체적 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지역 대학 특성화로 지역사회와의 연계고리를 만들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 차원에서 고등교육 재정 지원의 비중을 늘리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 교과부는 구조조정을 통한 대학의 ‘선진화’를 강조하고 여론도 업고 있다. 대학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구= 큰 틀에서 국립대와 사립대 정책이 다르다. 사립대에 대해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의 틀만 만들어놓고 기본적으로 자율에 맡긴다. 반면 국립대는 세금이 지원되고, 국립대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는 거버넌스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대학의 보유 인적·물적 자원을 잘 판단해 경쟁력을 갖추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립대의 경우 부실대학 차원이 아니라 교육의 질과 대학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총장직선제 폐지, 교원 성과급적 제도 운영, 대학운영 성과목표제 등 학사운영 선진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어놓은 뒤 컨설팅 하고 있다. 선후관계가 바뀌었다. 먼저 건강검진을 한 뒤 병이 발견되면 치료하는 게 맞는 순서라는 얘기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컨설팅은 전 국립대들이 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고치는 노력을 한 다음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부실대학이라 찍어놓고 컨설팅 할 테니 수용해라, 단 총장직선제만 폐지하면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국립대 교수들이 덮어놓고 교과부의 선진화 방안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합리적 안을 적용하면 얼마든지 변화에 동참할 자세가 돼 있다.

안= 일방적 구조조정은 대학 선진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경희대 사례처럼 교양교육을 강화한다거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제안한 혁신대학 등 특성화 모델이 있는 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강제적 구조조정은 진정한 특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예컨대 수도권 인재도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지방대에 메리트를 주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무상대학으로 만들면 대학 서열 타파와 지역균형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오= 어차피 대학 구조조정의 방침이 선진화 모델 쪽이라면 대학들도 협력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면 문제가 된다. 구조조정 뿐 아니라 대부분 정책이 일회성으로 급조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정부는 일관된 정책을 펴고 한동안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대학이 정부가 제시한 방향에 동참하는 만큼 정부 역시 지속가능한 선진화 프로그램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

- 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적 대안은 없는지.

이= 대학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단 합리적 요구를 해야 한다. 총장직선제의 폐단이 많으니 폐지하라는 것인데, 그런 논리라면 지역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통령 선거는 왜 하나. 중선거구제로 보완한다든지 여러 방안이 있지 않나. 총장직선제 폐지만 말하는 게 아니라 추진방식의 문제점이 크다는 얘기다. 근본적으로 국내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너무 적다.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정 여력이 없다면 평가에서 같은 점수를 받더라도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재단에 여력이 많은 대학보다는 적은 대학에 더 많이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생각을 조금 바꾸면 변화의 여지는 많다.

안= 핵심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구조조정을 자발적으로 하려 해도 재원이 없으면 안 된다. 현재 고등교육 민간 비율이 80% 수준인데 서울시립대형 개혁으로 가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정부 재정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교육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없는데 고등교육 재정을 OECD 꼴찌 수준으로 지원하는 게 말이 되나.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늘리는 방향이 진정한 대학 개혁이다.

오= 외국인 학생 유치가 한 방법이다. 많은 대학들이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사립대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면 국립대부터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 모범사례를 보일 필요가 있다. 국립대 구조조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몇몇 선례가 생기면 자연히 사립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런 구조조정 방식이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다.

구= 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은 우선적으로 하는 것일 뿐, 신청하는 대학들에 대해서는 한해 15~20개교 정도 컨설팅을 해준다. 교과부는 다각적으로, 타 부처들과의 폭넓은 협의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 유치 문제만 해도 대학 국제화 추진전략을 짜서 외교통상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조만간 당초 목표였던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유치를 넘어 2020년까지의 목표를 새롭게 정해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정리= 김봉구·송아영·홍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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