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영문 계명대 창업지원단장

“창업은 아이디어로만 승부가 나지 않아요. 성공창업에는 벤치마킹과 인맥이 필수요소죠. 무엇보다 다양한 인맥을 중요한 자산으로 삼고, 성공한 창업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국내에서 창업분야 서적을 가장 많이 펴낸 ‘창업전도사’ 김영문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의 첫 마디는 다소 의외였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핵심으로 꼽히는 창업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오히려 모방과 인맥에 있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일까.

“이번에 출간된 ‘카페로 창업하기’는 제가 창업분야에서 일곱 번째로 낸 책입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카페로 창업하는 방법을 담았죠. 인맥이 왜 중요할까요? 툴(tool)은 인터넷이지만 창업자의 점포와 사업을 알리고 전자상거래로 이끄는 핵심은 카페 회원들이거든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장사의 첫째 원칙임을 김 교수는 인맥 형성과 확장으로 풀어냈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창업의 원료라면 이를 제대로 가공하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믿고 뛰어드는 경우가 다반사인 청년창업에 특히 필요한 조언이다.

그는 창업 자체보다 성공적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공창업, 정확히 얘기해 ‘실패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우선이라는 말이다. 섣불리 올인하지 말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업은 관심 분야와 아이템에 대한 정보 검색과 자료 수집이 최우선입니다. 준비된 창업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죠. 만만히 보고 덤비기엔 넘어야 할 벽이 많아요. 또 하나,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창업할 때는 성공만 염두에 두고 너무 많은 자금을 초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 곤란하죠. 재도전 준비까지 해둬야 합니다.”

김 교수가 창업전도사로 나선 것은 1997년 IMF 사태가 계기가 됐다. 수많은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이들을 위해 창업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삶의 터전과 희망을 잃어버린 실업자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일이다.

김 교수는 1998년 ‘한국소호벤처창업협의회’ 설립을 주도한 뒤 협의회 업무와 각종 방송 출연으로 바쁜 와중에도 창업 준비에 필요한 실무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을 쏟았다. 2000년 창업분야 첫 책을 낸 뒤 ‘한 권으로 끝내는 창업길라잡이’(법문사·2006), ‘예비창업자가 꼭 알아야 하는 100가지’(법문사·2009), ‘500만원으로 창업하기’(집현재·2011) 등 알토란 같은 실무서적을 펴냈다.

“제가 펴낸 책은 거창한 내용이 아닙니다. 막연히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주죠. 이번 책에서도 인터넷만 가능하면 무일푼으로 창업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카페로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고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하는 것까지 자세하게 담아냈어요. 예비창업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겁니다.”

자연스레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창업분야에 앞장서게 됐다. 계명대 벤처창업보육사업단장을 지냈고 지금은 창업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대학이 기존 창업동아리 운영·지원 뿐 아니라 창업강좌와 창업학과 개설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대학가에서도 창업이 화두죠. 중소기업청이 창업선도대학을 지정해 대학생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교육과학기술부도 최근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을 선정해 창업교육과 창업지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정부와 대학이 힘을 합쳤어요. 꿈을 가진 대학생들이 창업에 뛰어들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단 준비된 창업자가 되도록 노력해야죠.”

정력적으로 활동하던 김 교수는 지난 2009년 뇌출혈로 의식을 잃으며 생사의 기로에 섰다. 8일만에 의식을 찾으며 죽음의 터널을 지나왔지만 이전 보다 더 강한 확신과 신념으로 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 다시 찾은 생명은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나눔’에 쓰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번 책의 판매 수익금 역시 전액 장애인, 모자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경제적 자립과 홀로서기에 쓰인다.

“사실 무엇 때문에 10년 넘게 창업분야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궁금할 때가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나눔의 즐거움과 기쁨의 시간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제야 제가 있어야 하는 곳에 왔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일을 해왔으니 앞으로 창업저서 9권을 더 펴내 나름대로 창업분야를 집대성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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