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

▲ 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
“자신의 인생에서 공허함이 들 때, 왜 그런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술 한 잔 마시면 독백은 할 수 있지만 답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인문학은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 줍니다. 그런 인문학이 대학에서 점차 사라지니 너무나 안타깝지요.”

경제성·효율성이라는 단어가 사회전반을 지배하는 요즘, 인문학은 비효율성, 비실용성의 상징이 됐다. 시대흐름에 맞춰 대학가에도 실용학문이 급증하고 인문학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가 펴낸 인문학 서적 <마흔, 논어를 읽어야할 시간>이 4개월 만에 20만권이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등극했다. 대학에서 시들해진 인문학의 인기가 서점에서 되살아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인들은 초·중·고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까지 빠른시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돌진합니다. 그러다보면 공허함에 빠지는 순간이 오게 되죠.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인문학 입니다. 과거에는 대학에서 인문학이 전공필수나 교양필수 과목이었지만, 이제는 인문학 강좌를 찾아보기가 어렵죠. 그렇다보니 학교밖에서 인문학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고, 역설적으로 인문학 서적의 인기가 더 높아지게 된 것입니다.”

책의 제목에 ‘마흔’이라는 나이가 붙은 이유도 ‘공허함’과 연관이 있다. 인생을 되돌아보는 반환점,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전력질주를 하다가 자칫 삶의 허무함이 느껴질 수 있는 40대에 꼭 읽으면 좋을만한 얘기들이 책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10대에는 대학에 가기 위해 시험에 쫒기고, 20대에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매여 있고, 30대에는 사회에 적응하고 승진하느라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게 질주하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멈칫하며 반성하는 시기가 딱 '마흔'이죠. 행복하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 현재의 상황에서 더 가속을 해야 할 지 돌아가야 할 지 결정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자기반성, 스스로와의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인문학이라고 강조하는 신 교수.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쫒기는 현대인들이 인문학 서적을 끼고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다’,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이 박혀있는 동양철학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신 교수는 유학의 사서삼경<四書三經> 가운데 논어에 관해 집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논어에 관한 책만 5권을 펴냈다. 논어는 “카페모카처럼 입에 댄 첫 맛은 달콤하지만 들이켤수록 쓴맛의 깊이가 느껴진다”는 책속의 비유처럼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어 바쁜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흔, 논어를 읽어야할 시간>에서는 더욱 쉽게 철학을 접할 수 있도록 논어를 모두 101가지 주제로 나눠 일상생활의 상황별로 적용했다.  그 101가지 중에 신 교수는 요즘 시대에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구절로 ‘불가이위(不可而爲)’를 꼽았다. 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나 실패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개혁해 발전시키라는 뜻이다. 1대99, 승자독식의 사회라고 불리는 현대에 상대적으로 패자가 된 99인에게 던지는 위로의 메시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단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이루려는 생각이 습성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한 끼 식사를 구매하는 것처럼 단박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컵라면은 돈을 주고 사서 3분만 기다리면 되지만, 몸에 좋은 채소가 들어가는 요리를 만드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생도 좋은 요리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실패를 좋은 요리를 만드는 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다시 도전해 질 좋은 요리를 만들면 어떨까요.”

신 교수는 끝으로 인문학을 통해서 지금부터라도 자신만의 삶의 무늬를 만들어가라고 권했다. 그 역시 끊임 없이 고전을 풀이하고 책을 펴내면서 자신만의 인생의 무늬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하늘에 있는 것을 연구하면 천문학, 땅에 대해 연구하면 지문학이라고 하지요. 인문학은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자기라는 사람을 어떤 무늬로 수놓을지 인문학을 통해서 알 수 있죠. 인문학을 곱씹으며 읽어 보세요. 봄철의 꽃과 같은 향기를 삶에 수놓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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