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원룸 신축·리모델링 바람에 우는 대학생

[한국대학신문 김봉구 기자] 대학가 하숙과 원룸의 고급화가 대학생들을 울리고 있다. 원룸 신축이나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단장하며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는 통에 돈 없는 대학생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비교문학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지난 2월 살고 있던 원룸에서 쫓겨나듯 방을 비워야 했다. 원룸 주인이 건물 리모델링에 들어가며 세 들어 살던 학생들에게 방을 비워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집주인이 기한을 10일 정도밖에 안 줘 당황했다. 학기가 시작할 때라 방 구하기도 어렵고 학교의 외국인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형편도 안 돼 난감했다”며 “주위 친구들도 학교 근처에 리모델링하는 원룸이 많아져 집을 구하느라 고생을 겪었다”고 말했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의 원룸 부족현상과 맞물려 하숙·원룸의 고급화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싼 월세를 부담하고 하숙이나 자취를 하던 대학생들이 주거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홍익대 등 대학들이 밀집한 신촌의 S공인중개사는 “신촌은 대학가지만 직장인들 주거지와 섞이면서 고급화된 곳이 많다. 역세권인 경우 월세가 100만원을 넘는 원룸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존 학생들에다 중국인 유학생, 졸업했지만 여전히 대학가에 거주하는 직장인까지 수요가 넘치는 탓에 원룸 주인들도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박리다매’보다 고급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신촌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학 밀집지역 대학로, 회기역 인근도 이 같은 추세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대학생들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 이하의 싼 곳을 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이런 원룸이나 하숙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숙집은 찾는 학생들의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원룸으로 신축하고, 기존 원룸은 리모델링으로 바뀌어 값이 오르고 있어서다.

서강대 졸업생 B씨는 “대학시절 인근에 원룸을 얻어 살다가 직장에 다니는 지금도 여전히 눌러앉아 사는데 월세 기준으로 5~6년 전에 비해 15만원 올랐다”며 “하지만 근처에 생기고 있는 신축 원룸은 더 비싸 옮길 엄두를 못낸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이러한 추세에 공동대응하며 대학가 주거문제를 집중 지적하고 나섰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신촌지역 대학 총학생회가 주축이 돼 하숙·원룸 등 집값 추이를 조사, 공개하고 서울시에 적절한 금액 수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질적 영향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세대 총학생회 측은 “지난번 총학부터 인근 하숙이나 원룸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해 총학이 직접 ‘민달팽이 장학금’을 신설해 주거비를 지원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 고가의 민자기숙사가 많아져 기숙사비마저 부담되는 형편이다. 시설 고급화도 좋지만 돈 없는 대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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