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성과 사업화 기여할 인재양성···산학 가교역할 기대

2학년 때부터 기업 기술과제 개발 참여 취업 연계 높여
12월 대덕 창업보육센터 완공, 지역 산·학·연 허브 역할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충남대의 LINC사업 계획은 대학의 ‘미디엄테크(medium technology)’를 키우는 데 집중된다. 미디엄테크는 연구개발을 거쳐 생산된 제품의 품질·성능을 고급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대학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사업화 하는 데 필요한 중간단계로 ‘연구개발 성과의 현실화(가공) 기술’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현재 정부의 연구개발(R&D)지원은 원천기술 개발에 편중돼 있다. 대학이 개발한 수많은 기술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이유다. 강용 산학협력단장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에서 3만 불로 가기 위해선 미디엄테크를 키우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충남대는 올해 배정된 LINC 사업비 39억 원의 36%(14억3000만원)를 특성화 분야에 투입하고, 15%(6억400만원)는 인력양성에 쓴다. 산학협력 인프라를 확충(10%)하고 기업을 지원(13.6%)하는 데도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는 기존 연구비 지원의 과실만을 챙기던 데서 대학의 교육·연구개발을 ‘친(親)산학’적으로 개편하고, 미디엄테크를 키우기 위한 조치다.

▲ 충남대는 지난 2009년부터 광역권사업을 통해 의약바이오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해오고 있다.
◆ 의약바이오 석사 졸업생 취업률 94%= 충남대가 위치한 충남지역은 정부에 의해 ‘의약바이오 분야’로 특성화 돼 있다. LINC사업의 전신인 광역권 인재양성사업을 통해 충남대는 이미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해 오고 있다. 이는 최근 2년간 의약바이오 분야 졸업생 취업률(71.0%)이 충남대 전체 취업률(2010년 기준 52.6%)을 압도하는 것에서 잘 나타났다. 이 분야의 석사과정 졸업생 취업률은 무려 94.6%에 이른다.

BT 산업은 삶의 질이 강조되고,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점차 각광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의약바이오산업은 가장 급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의약바이오산업은 바이오의약·합성의약·원료의약·진단용 의약·의약관련 신기술 등을 아우르는 산업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이 2008년 펴낸 ‘보건산업리포트’에 따르면, 오는 2017년 보건·의료분야에 필요한 적정 인력은 11만8679명으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인력부족이 4만3093명이나 된다. 분야별로는 △의약품 개별연구 1만3520명 △의료기기 개발연구 4837명 △진단·치료기술 1만4958명 △기초의과학 연구 9184명 등이다.

충남대 LINC의 1차적 목표는 이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있다. 충남대 인근에는 대덕 연구개발단지와 충북 첨단의료복합단지, 보건·의료행정타운 등이 조성돼 있다. 특성화 분야를 육성하고 인재를 양성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충남대의 ‘의약바이오 전문인재 양성 교육과정’은 글로벌 신약 상용화나 의약품 개발·제조현장에서 활약할 중견·고급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의약품 탐색연구 △의약품 임상·비임상 시험 △의약품 인허가·규제 업무 △의약품 제조공정·생산·품질관리 트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의약품 탐색연구 트랙은 신약 발굴을 위해 물질을 연구하고 효능을 평가하는 업무를 담당할 인재를 키우는 대학원 교육과정이다.

충남대는 기존 광역권 사업에서의 특성화 교육을 유지하면서, 여기에 미디엄테크를 키우는 교육을 추가할 방침이다. 강용 단장은 “특성화 분야인 의약바이오·에너지 분야 등에서 기술을 가공하고 현실화시키는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직무분석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 확률을 배가시키겠다”고 밝혔다.

◆ 특성화 교육에 ‘기술 현실화’ 접목= 직무분석은 학생 개개인이 졸업 후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의미한다. 졸업생이 어떤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 취업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충남대는 이를 통해 LINC사업 5차 연도인 2017년까지 현 58.6%의 취업률을 70%까지 제고시킬 계획이다. 대학원 취업률은 70%에서 80%로 높아진다.

이 같은 목표를 뒷받침할 교육이 ‘기업맞춤형 트랙 교육과정’이다. 충남대는 의약바이오전공과정 외에도 △삼성전기 공학융합트랙 △반도체 기술 전문인재 △에너지신소재 전문인력 △에너지 신공정 전문인력 양성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이 트랙은 대부분 대학원 교육과정과 연계돼 있다. 최근의 기술 트렌드인 ‘융합’에 부합하기 위해 한 트랙당 5개 이상의 학과가 참여한다. 에너지 신소재 전문인력 트랙의 경우 나노소재공학과 등 8개 학과가 관여한다.

▲ 충남대는 기존 융복합 교육에 '미디엄테크'를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남대가 강조하는 미디엄테크는 원천기술과 산업현장을 연결시키는 기술이다. 강 단장은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현장에 접목시키고 사업화 할 것이냐가 화두”라며 “현장실습을 통해 ‘경험의 학문’을 익혀야 미디엄테크가 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으로 산업현장을 체험하는 학문을 해야 원천기술과 산업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충남대는 사업 1차연도 250개를 시작으로 5차연도인 2017년까지 가족회사 수를 9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학생들의 현장실습 이수율은 현 15.3%에서 24.1%까지 끌어올린다. 캡스톤디자인 이수학생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2%가 목표다.

◆ 현장실습 학부 1~2학녀부터 참여= 특히 현장실습은 학부 1~2학년부터 참여, 기업에 필요한 기초 기술을 배운다. 2~3학년 때는 기업 기술개발 과제에 보조역할로 참여한다. 이어 3~4학년 때 기술개발 과제를 요청한 기업에서 실습근무를 하게 된다. 2~3학년 때부터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에 참여한 뒤 현장실습까지 했기 때문에 취업과 연계가 가능하다.

기업과의 산학협력 밀착도도 높인다. 오는 12월 대덕 테크노밸리에 지상 5층 연면적 9900㎡ 규모로 완성되는 창업보육센터가 첨병 역할을 한다. 강 단장은 “창업보육센터를 지역의 벤처기업과 우리대학 연구소가 집적된 산단 캠퍼스로 조성, 거점 국립대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산학 공동연구 성과도 제고될 전망이다. 충남대는 LINC사업 5년 간 교수 1인당 산업체 공동연구비는 2800만원, 기술이전 수입료는 1인당 2300만원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강 단장은 “산업체와 연구소, 대학이 함께 모여 기술개발 성과를 사업화 시킬 아이디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첨단기술 가공할 인재양성에 주력”
강용 산학협력단장(화학공학과 교수)

▲ 강용 충남대 산학협력단장
“첨단기술을 가공해 산업현장에 구현할 인재를 양성할 것이다. 교육 커리큘럼은 모두 이 방향에 맞춰 개편된다.”

강용 충남대 산학협력단장(화학공학과 교수)은 인터뷰 내내 ‘미디엄테크’를 강조했다. 대학의 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 단장은 미디엄테크를 ‘쌀’이 ‘밥’이 되는 과정에 비유했다.

“사람들은 쌀이 있다고 밥이 그냥 되는 줄 안다. 쌀을 씻고 끓이고 뜸을 들이는 주부의 노력은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선 쌀을 밥으로 만드는 기술, 즉 미디엄테크가 중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20~30년 뒤의 먹거리를 창출한 미래 성장 동력도 중요하지만, 당장 2~3년 뒤의 먹거리도 절실하다. 미디엄테크가 뒷받침되면 기술개발 성과가 당장의 먹거리로 연결될 수 있다.

“산업체에서는 대학이 원천기술만 알려주고, 이를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미디엄테크는 안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대학도 이 기술이 없다. 산학 간 미스매치는 여기서도 발생한다. 산업체와 연구기관, 대학이 참여하는 산학협력협의체를 통해 연구개발 성과를 가공하는 기술, 현실화하는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인재양성도 미디엄테크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학의 원천·첨단 기술과 산업현장을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할 인재를 키우겠다는 뜻이다.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 이들이 지역에 남도록 하겠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지역 인재가 유출되지 않고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공헌할 때 가능하다. 학생들도 독보적인 기술과 지식을 갖췄다면 대기업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 중소기업이 오히려 현장을 익히는 데 유익하다.”

충남대는 취업·창업교육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취업교과 담당 전임교수 △학과별 취업지도교수제 △졸업생 멘토링제를 실시한다. 강 단장은 “미래 지향형 인재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철저히 분석해 전문가 간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미디엄테크를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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