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동아일보家 재단-학교 실세 부상

연세대, 방우영 이사장 독주체제 굳혀

[한국대학신문 김봉구·홍여진 기자] 조선일보 명예회장인 방우영 이사장의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도 동아일보 일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학내외에서는 언론 재벌이 양대 사학을 사유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대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재단의 투자 손실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김정배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의 사표를 수리한 뒤 만장일치로 김재호 이사(동아일보 사장)를 새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김정배 이사장의 공석은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가 대신하게 됐다.

김정배 이사장의 퇴진에 따라 실세로 부상한 김재호 이사가 곧바로 이사장에 오른 것은 고려대에 대한 동아일보 일가의 영향력이 한층 커진 것을 의미한다.

김정배 이사장은 고 김병관 전 이사장(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복심(腹心)’으로 통했다. 그간 김 이사장이 고려대 재단의 실세로 군림해온 이유다. 그러나 김 이사장이 물러나고 김병관 전 이사장의 아들인 김재호 이사가 직접 이사장을 맡으면서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재단의 김재호 이사장-학교의 김병철 총장’ 체제가 굳어진 것이다. 김재호 신임 이사장과 김병철 총장은 오촌 간으로, 동아일보 일가가 고려대의 재단과 학교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대 관계자는 “김재호 이사장-김병철 총장 체제가 되면서 동아일보 측의 학교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언젠가 김재호 이사장 체제로 갈 것이라는 예측은 했지만 이번에 이사장이 된 것은 의외다. 김정배 이사장과 김병철 총장 간 갈등이 부각돼 이를 일단락 시킬 강력한 인물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이사장과 총장의 협력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기독교계 파송이사 추천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단행한 연세대도 방우영 이사장의 학교 사유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 설립 주체인 기독교계 4개 교단의 파송이사 추천권을 없애고, 이사진에 교단 파송이사 4명을 포함시켜야 하는 조항도 ‘기독교계 인사 2명’으로 축소해 문제가 됐다.

이번 정관 개정으로 인해 연세대 이사회가 방 이사장의 독주체제로 바뀌었다는 게 교계의 주장이다. 교계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교계와 동창회가 나눠가졌던 이사 추천권도 사실상 동창회가 독점하게 됐다.

이에 따라 동창회 측 추천 이사인 방 이사장의 발언권이 커졌으며 이사회 내부에서 방 이사장을 견제할 세력도 사라졌다. 방 이사장은 올해 2월 연임에 성공해 지난 1997년부터 16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연세대 이사파송문제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교계 축출이 핵심인 정관 개정, 총장선출방식의 간선제 전환 등 이사회 내부에서 방 이사장을 견제하는 세력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교계 연합과 공공성을 내세워 설립된 연세대가 조선일보를 등에 업은 방 이사장 중심으로 사유화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달 말쯤에는 교계가 정관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연세대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행정소송에 대한 1차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방 이사장의 학교 사유화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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