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분쟁 비화, 임단협 실패에 버스기사 자살까지

[한국대학신문 김봉구·전은선 기자] 지난해 초 집단해고 당한 청소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펼치며 사회적 쟁점이 됐던 홍익대가 1년이 지나도록 후유증을 앓고 있다.

25일 홍익대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학교와 이 대학 청소·시설·관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홍익대는 여러 사안에서 노동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직접 고용주가 아닌 학교 측의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질타를 받고 있다.

학교가 지난해 점거농성 참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날선 법정 분쟁으로 비화된 데다 올해 비정규 노동자들과의 집단교섭을 통해 경희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은 임단협을 체결했지만 홍익대만 홀로 타결에 실패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홍익대는 최근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2억 8천만원 규모의 손배소가 기각되자 항소하기로 했다. 홍익대 관계자는 “49일간 학교 건물이 점거당해 분명히 피해를 입었는데 법원이 기각한 것은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학교 측의 ‘뒤끝 소송’이라며 반박했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점거농성으로 미운털이 박힌 노동자들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얘기다. “건학이념과는 달리 ‘널리 노동자를 해롭게 하는 대학’ 같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임단협이 타결된 다른 서울지역 대학들과 달리 홍익대만 유독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외면당하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학내에 복수노조가 설립됐고 용역업체가 어용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삼으며 점거농성을 주도한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학교와 노동자 간의 마찰은 결국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0일 세종캠퍼스에서 경비원들과의 휴게실 공동사용 문제로 갈등을 빚던 통학버스 운전기사 정모씨가 학교 측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항의하다 버스 폭발사고를 일으켜 끝내 숨진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29조에는 ‘원청은 위생시설(휴게실·샤워실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절한 협조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에 따라 홍익대는 정씨가 요구한 휴게실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용역업체와의 분쟁만으로 떠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익대 측은 “운전기사와 경비원들 모두 용역으로 대학 소속은 아니다. 학교는 법적으로 무관한 용역회사의 내부 문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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