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양 건국대 밀러MOT스쿨 원장·본지 논설위원

 
최근 건동대가 폐교를 신청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대학 진학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한편, 송도자유무역단지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주립대학-스토니부룩 등과 같은 외국계 대학들은 한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거센 경쟁의 물결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대학부문은 점점 새로운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 우리나라 지역에 위치한 대학들, 특히 전문대학들은 새로운 발전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규모에 비하여 대학의 수가 너무 많다. 우리나라 대학은 350여개 정도로 집계되는데, 이 중 150여개가 전문대학이다. 독일은 300여개의 대학이 있는데 이중 종합대학은 90여개이고 200여개는 전문대학(Fachhochschulen)이다.

종합대학이 너무 많아 향후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학들, 특히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이 나아갈 방향은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일 것이다. 즉, 지역사회에 효과적인 공헌을 하는 대학들은 성장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나아갈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에는 너무 많은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대학은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대학 보다는 지역에 머물러 일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지역에 있는 대학들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의 양성에 보다 많은 주안점을 둬야 한다.

둘째,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은 지역의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특화 산업과 연계하여 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공헌을 한다면 대학들의 존립의 당위성은 매우 높을 것이다. 지역의 기업들도 지역소재 대학들과 인턴십, 공동연구 등을 활발히 추진해 지역대학들은 학생들의 역량을 높이고 향후 기업인 지역 대학들이 배출한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는 등 윈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에 위치한 전문대학들의 특화 발전이 필요하다. 전문대학들은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분야에 교육과 연구역량을 증강하고 중소기업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지역경제의 발전에 기여하여야 할 것이다. 독일 경제의 발전에는 기술경쟁력이 높아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들의 경쟁력의 배경에는 지역에 위치한 많은 전문대학들(Fachhochshulen)의 인력양성 및 기술협력이 있었다. 이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산업’대학들이 ‘과학기술’대학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이들 ‘과학기술’대학들이 우리나라의 다른 종합대학들처럼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면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더욱 협력의 대상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의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역의 대학들은 보다 열린 자세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특히 지역에 위치한 전문대학들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양성에 더욱 노력하여 존재의 당위성을 높여야 한다. 이 점에서 지역의 전문대학들은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된 커리큘럼과 연구개발능력을 구축하여 보다 실용적인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그동안의 종합대학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전문대학의 발전과 역량을 배양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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