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생 숫자가 2009학년도 이래 하향세를 보이다가 올해에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우리나라 로스쿨이 위기를 맞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되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문을 닫거나 통폐합되는 로스쿨이 나올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로스쿨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처음부터 로스쿨제도의 디자인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로스쿨제도는 그들이 모범으로 했던 미국식 로스쿨제도와 전혀 다른 길을 가 세계 최악의 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로스쿨제도를 추진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에 쫓기듯 문제투성이의 로스쿨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 아닌 선발시험으로 변질돼 로스쿨제도의 필수적 전제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직도 뚜렷한 개선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일본 로스쿨제도의 개선책은 간단하다.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를 늘려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면 된다.

현재 우리의 로스쿨제도는 일본과 같이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더 큰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병역의무가 있다. 따라서 로스쿨제도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점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우리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여기에 비용까지 많이 드는 문제점도 있다.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여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은 그에 상응한 처우를 요구하게 되지만, 사회는 이를 제공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 따라서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낮은 처우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법학교육제도와 변호사양성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병역의무가 있는 나라에서 학부 4년에 로스쿨 3년의 법학교육제도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제도이다. 모든 분야에서 조기교육이 강조되고 있는데, 법학은 만기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도 그리 설득력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법학공부는 대학원과정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법률종사자들의 편협하고 교만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이 모든 학비를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구조에서 법학교육 연한을 늘리는 것은 학부모들의 재산을 탈취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충분한 재산이 없는 부모와 그 자녀들은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좌절을 겪게 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로스쿨제도도 어느 정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은 현재 로스쿨제도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로스쿨제도와 변호사시험제도를 신속하게 개선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 2년의 과정을 마치면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로스쿨의 교육 연한을 단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로스쿨의 정원을 제한하지 말고 로스쿨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를 가미하면 로스쿨제도의 근본정신을 살릴 수 있다. 또한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 역시 변호사시험제도로 전환해 법과대학을 정상적으로 졸업한 사람이면 합격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기형적으로 공존하는 로스쿨과 법과대학이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공존하는 길도 마련될 것이다.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로스쿨과 법과대학 가운데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법조인들이 대승적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위와 같은 개선책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법시험 1천명 합격자 시대 이후로 변호사 수의 제한을 통한 기득권 유지가 어렵게 된 점을 감안하면 대승적 자세를 취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장기간과 고비용을 들여 탄생하는 매년 2천명의 변호사가 기존 법조인들의 직역으로 진입하는 것보다는 단기간과 저비용을 들여 탄생하는 매년 5천명의 변호사가 신속하게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기존 법조인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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