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지난해 반값등록금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사립대들도 예산을 합리적으로 운영해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감사원에서도 이례적으로 감사인력 400여명을 투입해 사립대 재정운용 실태를 감사하고 뻥튀기 예산편성, 예·결산 차액을 통한 이월·적립, 법인 지원 부족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해 사립대들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예산을 운영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지역 20개 사립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1년 결산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사립대의 예산 운영은 사회적으로 비판받았던 과거 관행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에도 사립대의 적립금은 크게 증가했다. 조사대상 20개 대학 중에서 15개 대학의 적립금이 늘었는데 성균관대(450억원)·홍익대(323억원)·이화여대(280억원) 등 100억 원 이상 증가한 대학이 5곳이었다. 과도한 적립금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자 사립대들은 적립금 일부를 장학기금으로 전환하는 등 노력을 보이는 듯 했지만 결국에는 더 많은 돈을 쌓아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20개 대학의 등록금회계에서 적립된 금액도 1449억원에 달했다. 물론 감가상각비에 한해 등록금회계에서 적립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체 사립대들이 보유한 적립금이 10조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건축적립금이라면 등록금을 재원으로 한 감가상각비 축적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대들은 오히려 당초 예산으로 책정한 825억원보다 624억원을 늘려 감가상각비 명목으로 적립했다. 가톨릭대·성균관대·성신여대 등은 아예 적립할 계획이 없었으나 결산에서 각각 55억원, 150억원, 46억원을 적립하는 등 20개 대학 가운데 14개가 뚜렷한 이유 없이 예산보다 많이 적립했다. 사전 예측이 가능한 감가상각마저 예산을 적립하는 편법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수입은 축소 편성하고 지출은 뻥튀기 편성하는 관행도 개선되지 않았다. 고려대는 연구비·장학금·실험실습비 등에서 159억원, 교직원 보수에서 94억원 등 총 680억원을 뻥튀기 편성했으며 연세대도 관리운영비에서 202억원, 연구학생경비에서 86억원 등 400억원 가량을 과다 편성했다. 건국대는 등록금 수입 100억원을 축소 편성했고, 지출 부분에서 실제 필요한 예산보다 300억원을 과다 편성했다. 20개 대학의 수입 축소편성, 지출 뻥튀기 편성 금액을 합해 산출해보면 7437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4500억원은 적립금으로, 3000억원은 이월금으로 남겨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방만한 예산 운영의 문제점이 대학 내·외부 감사에서 지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학 감사가 그만큼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심지어 감사원도 지적한 뻥튀기 예산편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음으로써 대학 감사의 기본 책무마저 방기했다.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반값등록금 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법안들이 제출됐다.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방만한 사학 예산 운영을 방치한 채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높일 수는 없다. 따라서 사학 운영자들은 추정결산에 근거해 예산을 편성하고, 불분명한 명목의 적립보다는 교육여건 개선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

정부 역할도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사립대의 자율성을 운운하며 사학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 때문에 방만한 사학 재정 운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사립대가 공공성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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