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학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

▲ 이명학 성균관대 교수
최근 통계를 보면 전국 대학에 재학 중인 새터민 대학생은 1100여명이라 한다. 전체 대학생 수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하지만, 이들 중 28%의 학생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고 43%의 학생이 휴학을 했다고 하니 이유야 어찌되었든 70% 이상의 학생이 결국 적응을 못하고 학교를 떠나고 만 것이다.

새터민 학생은 정부와 학교에서 등록금을 반반 부담하여 무상으로 다니고 있다. 학교 측에서 보면 입학과 등록금 등 이미 상당한 특혜를 주었으니 다른 일반 학생들처럼 어려운 난관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이 대학에서 생활하면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애써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일반 학생들도 누구나 겪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특수한 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수년간 이국땅에서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떠돌아다닌 적도 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에 정착한 후 배워야한다는 일념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그러나 이질적인 언어 환경, 기초적인 글쓰기,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기초 지식도 없이 대학 교육을 감당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특히 영어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배워 본 적도 없는데 그들이 영어 회화 시간에 겪었을 고통은 아마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강의실에는 외국 언어 연수를 다녀온 학생도 있고,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춘 학생들도 많았을 텐데 이들과 함께 수강하면서 매 시간 말 한 마디도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모멸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 본 적이 없다.

더욱이 그들은 정부 보조금 중 임대 주택 관리비를 제하고 월 1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해야만 한다. 의지할 곳이 하나 없는 그들에게는 ‘생활’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결국 강의 시간 이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학이면 공사판에서 힘든 노동을 하며 자기 생활을 스스로 꾸려나가야만 한다. 그들 중에는 부모 없이 홀로 생활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 한창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할 나이에 일가친척 하나 없는 이곳에서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대학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 줄 의무가 있다. 입학을 시켜주고 등록금을 면제해 주었으니 나머지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태도는 그들에게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이다.

대학은 그들이 입학한 후 일정 기간 동안 수학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기초 교육을 시켜주어야 하고, 특히 영어 교육은 상당 기간 동안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영어 교육은 당장 학업에 필요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갖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뜻있는 교수님들과 그들을 일대일 멘토-멘티로 맺어 적어도 자신의 고민과 장래 진로 문제라도 상담하고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은 방안일 것이다.

우리는 큰 꿈을 꾸고 대학에 입학한 그들에게 아픈 기억을 남겨주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지금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할 또 다른 우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다면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그들이 정상적인 대학 교육을 받아 우리 사회에 하루빨리 적응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도와주는 것이 우리 대학이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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