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연세대 등 7개大 수시박람회 집단 불참

타 대학들 “특권 의식 때문에 수험생 고려 안했다” 비판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최근 개최된 ‘2013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이하 수시박람회)에 상위권 대학들이 대거 불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에서 절반이 넘는 대학들이 참가한 수시박람회에 상위권 대학들이 집단 불참한 것은 타 대학들은 물론, 수요자인 수험생들의 입장을 일체 고려하지 않은 이기주의적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올해 수시박람회는 전국 102개 4년제 대학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그러나 수시박람회에 참가한 상위권 대학은 경희대·한국외대 등이 전부였다. 특히 이번 수시박람회에는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 주요 7개 사립대가 모두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7개 대학의 수시박람회 불참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2005년 공동 입학설명회 개최 등 입시 관련 사항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대학가 7공주’,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7개 대학이 우리나라 대학입시·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이들의 연합을 둘러싼 타 대학들의 비판도 거셌다.

이후 연세대는 지난 2009년 7개 대학 연합에서 탈퇴했고 나머지 6개 대학은 현재까지 타 대학들과도 자유롭게 연합하며 전국에서 공동 입학설명회를 열고 있다. 문제는 7개 대학이 단독·공동 입학설명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전국 대학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입시 박람회에는 도통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7개 대학은 이번 수시박람회에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정시박람회에도 모두 불참했다.

이 같은 7개 대학의 행보에 대해 타 대학들은 “7개 대학이 하위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지 않다는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박람회에 불참한 게 아니냐. 이는 교육 수요자인 수험생과 타 대학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지적한다. 입시 박람회는 전국 대학들이 함께 하는 ‘축제’이자 수험생들이 집약적으로 입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인 만큼 상위권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지방 K대 입학처장은 “7개 대학이 집단으로 박람회에 불참하면서 참가한 대학은 무언가 뒤떨어지는 대학이라는 서열이 생겨난 것 같다. 씁쓸하다”며 “전국에서 절반이 넘는 대학이 참가한 이번 수시박람회에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을 이끌어 간다는 주요 대학들이 대거 불참한 것은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H대 입학처 관계자도 “상징적인 대학들이 모두 불참해 박람회도 김빠진 것 같은 분위기다. 상위권 대학들이 계속해서 불참한다면 앞으로는 서울 소재 타 대학들도 박람회 참여를 주저하게 될 게 뻔하다”며 “7개 대학이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했다면 박람회에 전원 불참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수험생·학부모들은 수시박람회에 주요 대학들이 불참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시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신재경(창동고 3)양은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인터넷을 통해 이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수시 박람회를 통해 직접 입학상담도 받고 유용한 정보들도 얻고 싶었는데 원했던 대학들이 많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학부모 김이영(43)씨는 “상위권 대학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데 모두 불참해서 아쉬운 대로 서울 중위권 대학들 부스에서 상담을 받았다. 상위권 대학들의 입시정보도 한꺼번에 얻어갈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당사자인 7개 대학들은 어느 정도 수긍하는 한편 억울한 점도 있다는 반응이다. 7개 대학 중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타 대학들이 7개 대학을 어떤 이유 때문에 비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되도록 입시 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대학의 경우 수시박람회 기간 동안 지역을 돌며 별도의 입학설명회를 진행했다. 수시박람회에 배치할 인력, 시간이 없었다”며 “입시 박람회는 참여 대학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단독·공동 입학설명회에 비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고려대 입학처장은 “특권 의식 등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다. 다른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수시박람회 참여가 어려웠을 뿐”이라고 이같은 비난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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