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남에게도 요구 할 수 있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회장(인천재능대학 총장)은 2년 전 취임식에서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의 마음으로 일하겠다” 말했다. 1년 전 임기 반환점을 맞았을 때에는 “영업부 대리처럼 뛰겠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가 있던 날, 기자는 이 회장이 손 글씨로 빽빽이 쓴 종이들을 봤다. “그게 뭐냐?”고 묻자 “자투리 시간에 쓴 것”이라 했다. 전문대학 예산을 늘리고자 자료 뒤에 직접 쓴 글을 붙여 정부 관계자나 교과 위원들에게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이 회장은 9월 6일자로 다시 한 번 더 회장으로 뛰게 됐다. 전국 전문대학 총장들의 만장일치다. 대선을 목전에 둔 지금, 이 회장의 연임 만장일치는 전문대학이 얼마나 이 회장을 믿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회장을 만나 향후 2년 동안 각오를 물었다.

 

- 우선 연임을 축하드린다.
“고맙다. 지난 2년간은 지금까지 교육계에 헌신했던 시간 이상으로 공을 들이며 열정적으로 일해 왔다고 자부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전문대학의 역할과 사회적 인식의 거리 때문에 안타깝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2년 간 열심히 터를 닦고 씨를 뿌려놓았으니, 이제 잘 키워 수확해야 할 시기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 만장일치로 연임되셨는데.
“‘달리는 말에선 기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전국 총장님들 사이에서 형성된 것 같다. 특히 올해는 대선정국과 맞물려 전문대학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 아주 좋은 시기이자 고비라고 본다. 이 고비를 책임지라는 의미임과 동시에 얼마 전 발표한 ‘고등직업교육 육성 및 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적극 진행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2년 동안 가장 큰 성과는.
“전문대학의 정당한 방향설정과 올바른 자리매김이라 할 수 있다. 먼저 학장에서 총장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이와 함께 학교명에 ‘교’자를 붙일 수 있어 ‘대학교’ 교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산업체경력 없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설치해 더욱 깊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점도 성과다. 간호과에 4년제 수업연한 도입된 것도 꼽을 수 있다. 향후 전문대학에서 수업연한 다양화가 필요한 학과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거다.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고등직업교육연구소’를 설치해 전문대학 교육의 질적 평가 수준과 중요 정책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초적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성과다.”

- 총장들과의 소통은 어떤가.
“회장 취임을 하면서 전국의 전문대학 총장님들과 원활한 소통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 지난 달 말 전문대교협이 주최한 고등직업교육학회 포럼에 30명이 넘는 총장님들이 왔다. 이런 게 바로 ‘소통’이라 생각한다. 소통이 별건가. 신뢰관계를 토대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거다. 기를 합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마음이 뿌듯하다. 일을 하려면 사람을 얻어야 한다. 사람을 얻으면 천하를 얻고, 잃으면 천하를 잃는 거다. 구성원들이 전체적으로 마음을 같이 하는 게 가장 큰 변화이자 2년간의 실적이라 생각한다.”

- 전문대학 예산은 늘지 않았다.
“이주호 장관 체제가 들어서면서 전문대학에 대한 위상과 지원이 여러 모로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고보조금 부분은 여전히 아쉽다. 그래도 올해 대선이고 새로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꾸려졌다. 전문대학 예산 확충에 대해 강조할 좋은 시기라고 본다.”

- 필요한 예산은 모두 얼마인가.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예산 편성으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이제는 국가적 큰 틀에서 우선순위를 전문대학에 둬야 하지 않겠나. 현재처럼 기획재정부에서 교과부의 예산을 심의하는 제도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 관료들이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교육역량강화사업비가 왜 줄었나. 장학금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아니면 어렵다고 본다. 해마다 몇 백억 더 들어오고 나가고, 이래선 안 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문전옥답(門前沃畓)’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 ‘선택과 집중’ 기조 어떻게 보나.
“교부금법이 마련되면 다음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일 순위는 학생교육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선택과 집중이다.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서 해야 한다. 일부 운영이 부실한 전문대학이 있는 게 사실이고, 경쟁을 통해 이를 걸러내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한다.”

- 전문대학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전문대학에 대해선 긍정적인 이미지가 올라갔다. 전문대학은 취업률 제고와 소외계층에 대한 헌신 등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때 간혹 터지는 전문대학 비리사건은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다. 협의회에서는 전문대학 윤리위원회를 통해 비리 대학의 소명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적절한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재발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전문대교협 차원에서 비리 유형을 파악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대선이 목전이라 책임이 크다.
“그렇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한해가 될 것이다. 지난 6월 전문대학 현안에 대해서 총장들과 토의한 내용을 근간으로 의견을 수렴해 ‘고등직업교육 육성 및 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만들었다. 지난 7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공식 건의했다. 각 정당 대선후보별로 내용을 전달했고, 해당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대선 정치일정과 연계해 단계별로 전문대학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 향후 2년 목표나 계획 있다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제도를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다. 난 어디를 가든 ‘전문대학이 정말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남에게 소중하게 대해 달라 할 수 있나. 최근 전문대학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 반갑다. 전문대학을 둘러싼 이런 좋은 ‘기(氣)’를 많이 모아 인식을 바꾸고자 한다. 정치권이든 어디든, 전문대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거, 이거 하나는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 하는 것보다 내가 이야기 하면 많이들 공감해준다. 그래서 재밌게 일한다. 2년 동안 그렇게 일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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