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숭실대 공동기획]⑧(끝)‘책 속에 대학 미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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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 조너선 글로버 著 <휴머니티>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번역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중간에 비명을 질렀어요. 이 때문에 식구들이 놀라 달려오기도 했지요.”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영국의 생명윤리학자인 조너선 글로버가 쓴 <휴머니티> 번역과정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번역자의 입장에서 한 문장도 놓치면 안 됐고, 그래서 문장을 곱씹다보니 머릿속에서 잔혹한 이야기들이 계속 맴돌았다는 것. 결국 지인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번역을 마칠 수 있었다.

‘20세기의 폭력과 새로운 도덕’이라는 부제가 붙은 <휴머니티>는 인간의 참혹한 도덕성에 대한 고발서다. 베트남 전쟁, 히로시마 핵 투하, 스탈린과 마오쩌둥 시절의 테러들, 그리고 나치 하에서 벌어진 잔혹한 유태인 학살 등 20세기에 일어났던 인간의 광기어린 사건들의 집합서다. 기자 역시 책을 읽던 도중 머리가 지끈거렸을 정도였으니, 번역자로서 김 교수의 고충은 오죽했으랴. 김 교수는 이렇게 잔혹한 사건들이 담긴 책을 어째서 학생들과 함께 읽었을까.

“지금의 대학생들은 20세기 인간의 역사 속에서 있었던 인간의 잔혹한 실상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무참한 살육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학생들은 잘 모르죠. 이 책에 나온 잔혹한 사례들은 개인이 불가항력 구조 속에 휘말리고, 내 의지와 노력에 상관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휘둘리는 것들입니다. 이런 걸 간접적으로 경험하면 반대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모순적인 사회 구조를 만들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는 거고요.”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 교수는 <휴머니티> 내에서 해답을 찾는다. 책 속에는 부정적인 사례는 물론, 긍정적인 사례도 다수 나온다. 예를 들어 미라이 학살에서 미군이 베트남 양민을 무참히 학살하는 것을 보고 헬리콥터 조종사가 아이들을 구해내는 이야기라든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들이 몽둥이를 들고 흑인들을 쫓아가던 중 한 여성의 신발이 벗겨지자 신발을 주워 주며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미라이 사건에 나오는 미군은 베트남 아이와 자신의 아이가 오버랩이 되면서 잘못을 깨달았지요. 남아프리카 공화국 예에 나오는 그 백인은 ‘여성에게 공손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고, 그래서 무심결에 신발을 주워 주게 된 것이지요. 인간은 선과 악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악이 발현되지 않도록, 악이 선을 가리지 않도록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선을 최대한 발현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그런 노력을 해야 하지요.”

인간은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그럼 인간이 모인 집단이나 국가는 선한가, 악한가. <휴머니티>에 나온 사례들에 나온 질문에 대한 김 교수의 답이다. 김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지금의 교육은 너무 황폐한 것 아니냐”고도 지적했다. 서로 경쟁하게 만들고 석차를 가르는 교육, 답을 재촉하는 교육은 위험하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책 속에 나온 20세기의 잔혹했던 사건들의 대부분이 일부 특정인들이 주도한 사건이었던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지금 필요한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단순히 공부 잘 하고 똑똑한 아이일까요. 이런 아이들이 리더가 돼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 필요한 아이들은 축구나 농구를 할 줄 아는 아이들입니다. 축구·농구는 혼자 할 수 없는, 친구들과 함께 해야만 하는 경기입니다. 친구들을 부르고 함께 놀 줄 아는 아이들이 필요한 시대라는 거죠. 이런 아이들을 길러내도록 사회에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런 게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대학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자”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개인마다 질문에 대한 반응 속도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주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데 대학에서조차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가 취업을 강요하는 시대 분위기에 떠밀려 학생들은 결국 기존의 학습된 것만을 답으로 내놓게 된다. 학생들이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란 뜻으로, 이런 의미에서 책 읽기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는 알을 깨고 나오는 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독서란 이처럼 알을 깨고 나오는 것과도 같습니다. 매일 다른 하늘을 보게 하는 경험을 계속하도록 해주거든요. 어떤 책을 읽느냐는 학생의 선택이지요. 다만 좋은 책을 읽으려는 노력에 맞춰 대학이 이를 도와줄 필요는 분명히 있어요. 그래야 개인의 독서세계도 넓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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