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양 본지 논설위원

‘혁신클러스터(innovation cluster)’는 산·학·연 혁신주체들이 지리적으로 군집을 이뤄 상호 협력해 효율적 기술혁신을 창출·활용키 위한 개념을 뜻한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기술혁신을 보다 효율적으로 창출한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은 물론 국가발전에 대단히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실리콘 밸리나 프랑스 남부 소피아앙티폴리스도 대표적 혁신 클러스터다. 이같은 혁신 클러스터의 중요성 때문에 전 세계는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요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다.

최근 혁신 클러스터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국제혁신클러스터컨퍼런스(ICIC: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novation Cluster)’가 대표적 혁신 클러스터인 대덕연구단지에서 진행됐다. 필자는 혁신클러스터학회장으로서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이번 컨퍼런스 참가는 혁신 클러스터 내에서 대학의 역할을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였다.

대학은 인력 양성 및 배출은 물론 과학기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클러스터의 핵심 구성요소다. 대학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학을 중심으로 한 다른 혁신주체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및 상호 협력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혁신 클러스터 내에서 대학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먼저, 혁신 클러스터 내의 대학은 지역사회의 중요 구성요소로서 보다 개방된 운영을 해야 한다. 대학은 지역의 기업, 연구소,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 연구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원하는 맞춤형 교육훈련, 지역 주민에 대한 평생 교육,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활동의 수행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학과 커리큘럼의 운영, 강의의 진행, 연구에 있어서 클러스터 내의 다양한 수요를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혁신 클러스터 내에서 대학은 특히 클러스터 내의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들과 활발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대학은 중소기업들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양성은 물론 공동연구를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중소기업은 인력의 확보와 연구개발활동에 있어서 대기업들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클러스터 내의 대학은 이들 중소기업들의 기술혁신 활동 및 경쟁력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다. 독일의 경쟁력 근간으로 불리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 즉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의 근간이 지역 대학들과의 긴밀한 협력에서 비롯된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셋째, 대학은 선진국의 성공적인 혁신 클러스터 내에서의 대학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 뒤에는 대학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실리콘 밸리의 성공에는 스탠포드대가, 리써치 트라이앵글 파크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있었다. 핀란드 울루 과학단지에는 울루대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선진국 대학들이 혁신 클러스터 속에서 기업, 출연연구기관, 그리고 다른 대학들과 어떠한 협력을 수행하고 상호 발전해 왔는지를 적극 배워야 한다. 이같은 벤치마킹은 대학 스스로 크게 발전하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 면적 당 대학 수가 많은 편이다. 이들 대학들을 중심으로 지역 산업·과학기술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해 적절한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운용한다면, 대학의 사회적 존립의 당위성 역시 크게 높아질 것이다. 또, 혁신 클러스터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대학들만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대학을 중심으로 이 같은 한 혁신클러스터의 성공은 지역사회의 경제발전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의 발전에도 큰 공헌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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