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일 한신대 총장 “이제 '살아남는 법'보다 '사는 법' 가르쳐야”
채수일 한신대 총장 “이제 '살아남는 법'보다 '사는 법'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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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구조조정 대학서열화 공고화·교육 공공성 훼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한신대는 규모의 경쟁에 나선 대학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교육내용, 형식의 ‘유니크네스’(uniqueness)를 만들어내는 데 우리 미래가 달려있다.”

채수일 한신대 총장은 지난 임기 3년을 돌아보며 “10년은 지난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최근 3D(Difficult, Dangerous, Dirty) 업종에 종합병원 원장, 대형교회 담임목사, 사립대학 총장이 추가됐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그 동안 ‘존경할 만한 적(敵)’이 되기 위해 구성원 소통에 힘썼다”고 회고했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평가에 대해서는 “대학을 외딴길로 밀어넣을뿐 대책이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으며, 한신대만이 갖고 있는 뚜렷한 교육철학과 독특한 교육방식을 강조했다.

▲ 채수일 한신대 총장
-평소 생각하시는 ‘대학의 상’은.
“대학은 말 그대로 ‘큰 공부’하는 곳이다. 취업을 위한 전공 및 실용교육기관으로만 대학을 보는 것은 대학과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졸업 후 경제적 자립능력을 갖추고 원하는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은 교육기관인 대학의 의무다. 그러나 직업세계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급변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가속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학은 ‘살아남는 법’ 못지않게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특히 대학시절은 사랑과 이별, 상처, 책임감, 경쟁과 협동 등 다양한 지혜를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학은 공부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데 기여하는 경학이 되는 곳이어야 한다.”

-진보적 이미지가 대학에 미친 영향은.
“한신대는 1960년대부터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평화통일을 위해 앞장서왔고 그 때문에 ‘진보대학’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진보가치들은 특정 집단에게 독점되는 시대가 아니다. 진보성을 증명하는 것은 ‘담론의 독점’이 아니라 ‘진보적 가치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실천이 없다면 그것은 ‘입술 과격주의’에 그칠 뿐이다. 대학 행정도 마찬가지다. 시간강사 문제나 대학구조조정 대응책 등 여러 측면에서 모든 구성원이 진보적 가치를 실천하고 양보해야만 진정한 진보대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운영 철학인 ‘글로컬 서번트’란.
“기독교 철학이 담긴 ‘글로컬 서번트(glocal servant)’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모든 대학들이 ‘글로벌 리더’만을 외치기 때문이다. 모든 인재를 ‘글로벌 리더’로 만들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하는 인물을 더 필요로 하고, 지도자는 지배자가 아니라 '섬기고 나누는 사람'이라는 한신대의 정신을 반영해 ‘글로컬 서번트십(glocal servantship)’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년 3월 신설되는 ‘정조대학’의 특징은 무엇인가.
“‘정조대학’의 교육이념은 인문학적 소양을 배양해 창조적-종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등 교양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과정의 구성과 전개, 예를 들면 학과목 주제, 배분이수교과제나 봉사를 학점에 포함시키는 것 등도 유사하다. 한신대가 주목한 것은 주제와 교육방법이다. 대학 졸업 후 한 인간이 평생을 살면서 씨름해야 할 화두, 예를 들면 사랑, 노동, 명예, 돈, 민족, 욕망, 행복, 자유, 죽음 등을 학제 융합적 방법으로 교육하는 것이 포인트다. 명실상부한 팀티칭과 현장결합형 교육방법이 특징적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학내소통이 활발하던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한국블로그산업협회(KBBA)에서 주최한 ‘2012 대한민국 SNS대상’ 공공분야 교육기관․연구소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9년 10월 공식 블로그(blog.naver.com/go_hanshin)를 개설한 후 지금까지 240여만 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1월과 7월에는 각각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개설해 다양한 학교 정보와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생일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SNS를 적극 활용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정보 전달과 학내소통만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아주 작은 사건이라도 함께 나눌만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찾아내 서로 힘을 얻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

-지난해 도입한 ‘특별활동주간’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특별활동주간은 매학기 중간고사 이후 1주일동안 진행된다. 학생들은 이 기간 캠퍼스를 벗어나 국내외 곳곳에서 20여 개의 활동교육영역 프로그램과 3개의 교과교육영역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도입 초기에는 학교 주도로 프로그램을 끌어갔고 호응도 별로 없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는 호응도도 높아지고,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높여가고 있다.”

-지역과의 소통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지.
“총장에 취임한 뒤 수원·오산·화성 상생협의회 활동 등 지역과의 공조에 힘썼다. 강조할 만한 것은 외국 지자체와 대학까지 함께 결합하는 형태의 파트너십을 처음 시도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수원시와 인도네시아 반둥시는 자매시고, 한신대는 반둥 마라나타 대학과 자매대학을 맺었다. 지난해부터는 반둥시 마라나타 대학에 한국어 학당을 설치하기도 했다. 오산시와 자매시인 베트남 꽝뚱시와도 이런 형태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고, 오산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 화성시는 지역이 넓고 교육적으로 소외된 지역이 많아 방과후교육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있다.”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등 몇 가지 지표로 대학을 평가하고 서열화해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지표중심의 정부주도형 대학평가와 구조조정은 이미 형성된 대학서열화를 더 견고하게 할 것이고 대학 교육의 공공성은 심하게 훼손될 것이다. 취업률 올리기 압박 때문에 교수가 자살을 하고, 대학이 취업률을 조작하게 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이 강요돼서는 안 된다. 시간강사 등 외래교수처우개선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대학에 미루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학이 선택할 길은 빤한데 대책은 없지 않은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대학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출구를 열어놓는 법적 장치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계획대로 업무를 처리하기보다 그때그때 몸으로 부딪쳐 일하는 스타일이기에 특별히 세운 계획은 없다. 다만 당면한 과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올해 개설한 신학대학원 에큐메니칼 과정과 내년도에 문을 여는 ‘정조대학’, 내년에 시작하려고 준비 중인 ‘발전학 대학원’ 과정이 성공적으로 출범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 채수일 한신대 총장(왼쪽)과 환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
■채수일 총장은…
채수일 총장은 1974년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를,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한신대 신학과 교수로 부임해 신학과장, 신학대학장 등을 거쳐 2010년 제5대 한신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국제위원회 위원과 한국기독교학회장을 겸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에큐메니칼 선교신학』,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등이 있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이연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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