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1등 수상자

“제 별명은 ‘비닐봉투 아저씨’에요. 한국 친구들은 길거리에 휴지통이 없어서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린대요.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담으라고 했죠. 그때부터 제 별명은 ‘비닐봉투 아저씨’랍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유학생 플로리안 후타갈룽(27·Florian Hutagalung)군은 지난 17일 경희대 국제교육원이 개최한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비닐봉투 아저씨’가 된 사연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환경과 인간생활’. ‘한국 문화 체험’ 멀리 타국의 거리에서 비닐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수거했다는 플로리안의 ‘연설’은 주제와의 부합성은 물론, 한국어 구사력 면에서도 경쟁했던 21명의 참가자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어를 배운지 겨우 9개월밖에 안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인도네시아국립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플로리안은 지난해 8월 한국 정부 초청장학생 자격으로 서울에 왔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국말이라고는‘낫 놓고 기역자도모른다’던 수준이었던 그는 사실‘인도네시아 최초의 한국어 교수가 될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한 일본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어 습득에 도움이 됐을까? 그의 꿈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어학원을 수료하면 플로리안은 국내 대학원 국문과에 진학해 한국어문과 문화를 공부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해 한 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하면 백인들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온 우리 역시 외국인이면서 또 같은 아시아인들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용운 기자> woon@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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