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재 일부 학교에만 러브콜, 대부분 지방대는 '그림의 떡'

'수십, 수백억’늘어나는 기업의 대학기부 올해 개교 1백년을 맞은 고려대는 삼성으로부터 4백억원을 기부 받아 최근 1백주년기념 삼성관을 완공했다. 고려대는 이미 2003년 LG와 포스코로부터 각기 1백억원 가량 지원을 받아 LG-포스코 경영관을 지었다. 또 하나은행으로부터 기부 받은 80억원으로는 이공계 캠퍼스에 ‘하나사이언스파크’를 지을 예정이다. 이화여대 역시 삼성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으로 ‘이화삼성캠퍼스센터’를 건립키로 하고 최근 기공식을 가진바 있다. 이미 이화여대에는 SK텔레콤관과 이화ㆍ신세계관 등이 들어서 있다. 모두 해당기업의 1백억원대 기부를 받아 지어졌다. 연세대는 120주년 기념도서관에 삼성이름을 붙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도서관 건립 예산 중 3백억원을 삼성에서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캠퍼스는 국내 대기업들의 집합소를 연상시킨다. LG연구동, 포스코 생활관, SK경영관, 금호산림환경관 등 모두 해당기업의 기부로 지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혜택(?)은 수도권의 몇몇 대학에만 국한될 뿐 대부분의 대학은 그림의 떡이다. 기업의 대학기부 빛과 그림자. 고려대 100주년기념 삼성관의 멀티미디어실을 애용하는 고려대 인현주(행정4)양은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수업 의욕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부로 지어진 건물들은 대부분 최첨단 학습시설을 보유, 이를 이용하게 되면서 수업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다. 100주년 기념관의 경우 건물은 물론 의자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등 삼성측에서 내부 인테리어까지 도맡아 꾸몄다. 이처럼 대학은 열악한 재정구조로는 생각할 수 없는 환경을 보완하고, 기업의 기부를 받음으로써 경쟁력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얻을 수 있다. 또 기업은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그에 따른 홍보효과를 감안한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나 대학 양쪽 모두 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특히 기업은 사회적 홍보효과 외에도 조세관계특별법에 의한 세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대학기부금에 한해 기업이윤의 50%까지 손비처리가 된다. 이것을 100%까지 올리자는 주장이 정치권과 교육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빈익빈 부익부’현상. 수도권 특정 대학에만 기부가 몰리면서 대다수의 대학들이 이에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더 하다. 정낙초 순천향대 기획팀장은 지방대가 기업의 기부금을 받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기부금에 따른 반대급부를 바라는데 지방대의 여건상 기업에게 줄만한 것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의 특정대학에만 기업의 지원금이 몰리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정 팀장은 “대학 인근 대기업 사업장 담당자와 기부에 대한 논의가 있다가도 서울에 있는 본사에서 반대하면 논의 자체가 백지화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구조상 지방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소득이 지방대로 환원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물론 기업은 기업대로 고충을 토로한다. 대학의 요구를 다 받아주면 기업을 팔아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또 기부를 할 경우에도 다른 경쟁 대학에 준 것 보다 더 많이 줄 것을 요청해와 기부 결정이 어렵다는 말도 한다. 또 다른 대학의 발전기금 관계자는 “사실상 기업의 대학 기부는 우리나라 특유의 ‘인맥’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면서 “기업의 결정권자들이 대부분 ‘돈을 많이 받은 대학’ 출신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학벌을 통한 ‘인맥’이 기부금 지원구조와 연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학을 위한 기부금, 기업을 위한 대학? 서울 한 사립대의 발전 기금 담당자는 “고액 기부 유치의 핵심은 ‘총장의 능력과 관심’이다”고 요약했다. 그 예로 최근 비약적인 기금모음을 한 고려대의 어윤대 총장의 경우다. 각 대학 기금 담당자 사이에 어 총장의 스케줄은 화제가 될 정도라 한다. 그러나 고액 기부 결정에 대한 대학과 기업간의 투명한 과정이 거의 부재하기 때문에 소위 ‘총장’ 개인의 인맥이 기부금 모집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에게 도움을 바라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총장이 ‘영업 대표’가 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대학 본연의 권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최근 고려대생들의 ‘삼성 이건희 회장 명예철학박사 수여 반대시위’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의 반대시위 때문에 총장이 사과를 하고 보직교수가 사퇴하는 등의 소동은 대학 기부금을 둘러싼 우리나라 대학의 자화상이었다. 숭실대 서병훈 교수(정치학)는 “최근 기업의 거액 기부금 유치를 위해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면서 “만약 대학이 기부금 유치를 이유로 기업과 자본논리에 종속된다면 ‘돈’ 외의 다른 가치는 누가 지켜나갈 것인가?”반문하며 기부행위에 대한 가치부여를 숙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대 김영찬 대외협력본부장은 “기업의 대학 기부는 대학 전체를 위해 적극 환영할 일”이라고 전제한 뒤 “기업 오너의 사재를 기부하는 것과 기업 차원의 기부는 별개의 것” 이라며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 측면에서 볼 때 그 기업에 입사한 대학별 인원 비율에 따라 지원하는 등, 기부대상 확대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전체 대학가에 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김동선 대외협력팀장은 기부를 많이 받는 대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면서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기업이 인정할 만한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운 기자> woon@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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