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내 사건ㆍ사고 증가로 학생 중심 ‘방범활동’ 활성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로 이뤄진 ‘캠퍼스 폴리스(Campus Police)’의 활동 모습.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지난 21일 오전 0시 5분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숙명여대 중앙도서관 지하 열람실에 괴이한 복장의 한 사람이 등장했다. 당시 열람실에는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많은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학업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가발과 치마에 하이힐까지 갖췄지만 여자라고 하기엔 뭔가 어색해보이던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여장남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한밤 중 소동으로 대학 캠퍼스의 안전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경비원이 있는데다 학생증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한 도서관에 외부인, 그것도 여대에 성인 남자가 침입했다는 사실은 모두를 경악케 했다. “경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대학 입장에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폭력, 절도, 성추행ㆍ성폭행, 주취범죄 등 대학 캠퍼스 내의 안전 문제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더 이상 대학본부의 경비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며 총학생회 주도로 학생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대학은 동국대다. 지난해 11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이 중심이 된 ‘캠퍼스 폴리스(Campus Police)’가 발대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전공연계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으로, 캠퍼스 내를 비롯해 주변 학생생활시설 밀집지역, 인근 초등학교, 남산 등산로 등에 걸쳐 지역방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야간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져 범죄위험에 대한 노출빈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한정된 경찰인력 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학생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캠퍼스 폴리스는 평일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10명의 학생들이 3개조로 나눠 순찰활동을 펼친다. 2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상황대기실조’가 학내에서 전체활동 지휘와 특이사항 발생 시 대처를 담당하고, 각각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으로 구성된 3개조가 순찰 업무를 담당한다. 야광봉, 식별띠, 손전등, 호루라기, 무전기, 방한잠바 등을 갖춘 학생들은 취약지역(여자화장실, 남산등산로, 대운동장, 원흥관 쪽문, 수영장, 체육관 쪽문, 기숙사, 정각원 등)에 대한 순찰활동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봉사에 참여한 이민희씨(경찰행정학과 12학번)는 “학교를 순찰하면서 경찰행정학과의 학생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학교 치안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뿌듯다”며 “개인적으로도 전공과 관련된 봉사를 하면서 꿈을 좀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돼 매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 발달에 따라 유동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넓은 캠퍼스로 인해 방범과 치안 수요가 증가한 건국대에도 ‘규찰대’라는 이름의 학생 순찰단이 활동 중이다. 평일 오후 9시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교내를 순찰하는 규찰대는 일명 ‘독수리 5형제’로 불린다. 술에 취한 사람 등을 주로 규제한다. 1년에 3회의 선발(1학기, 여름방학, 2학기) 과정을 거쳐 학생들을 선발한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이 우선 선발 대상이다.

건국대와 마찬가지로 유동인구가 특히 많은 신촌에 위치한 연세대에도 캠퍼스 지킴이가 존재한다. 지난 3월초 정식 결성된 ‘이글 가드(Eagle-Guard)’가 그 주인공. 이글 가드는 연세대 총학에서 운영하는 자치순찰대로,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교내뿐 아니라 인근 하숙방 밀집 지역까지 순찰한다. 이글 가드 측은 “소속 학생들이 경광봉, 호신용 스프레이를 소지하는 것은 물론 호신술도 배웠다”며 “축제와 같은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날은 순찰을 더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성균관대, 경기대, 이화여대, 아주대, 중앙대 등에서 학생이 주도하는 캠퍼스와 재학생 안전 지키기 활동이 진행 중이다. 학내 지킴이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은 “학교와 동료 학생들에 도움이 되고자 자발적으로 펼치는 활동에 대해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활동이 필요 없는 안전하고 평온한 캠퍼스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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