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본지 논설위원·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은하계의 별 만큼이나 많은 세포로 이루어졌으며, 무게로는 우리 몸의 2% 정도를 차지하지만 피의 15%, 산소의 20%, 혈당의 25%를 소비하는 것. 이것은 바로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복잡하게 연결돼 우리를 관장하는 ‘뇌’다. 그것이 창의성이든, 혁신이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든, 사고와 감정, 의지 등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모든 것들이 그 안에 들어있다.

교육은 바로 이 뇌를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그래서 교육은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며, 학생들 스스로의 주도적 참여 없이는 이룰 수 없다.

학생들 모두 서로 다른 뇌 구조를 가지고 강의실에 들어온다. 그래서 교육은 어렵다. 서로 다른 학생들의 뇌에 공통의 지식과 사고를 교수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현재 강의체제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처럼 강의 위주의 교육은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룩한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작게는 공학교육이 지탄의 대상이 됐던 이유가 바로 이 강의 위주 교육의 태생적 한계인 비효율성에 있다. 그러므로 이 강의 위주 교육의 비효율성을 똑바로 인식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공학교육의 새 틀 짜기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모아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학교육은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공학교육인증 체제를 따르고 있다. 여러 문제점들이 있지만, 대체로 올바른 방향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미래사회에 대한 식견, 과학기술의 역사다. 창의성은 바로 이러한 인문학적 식견의 바탕 위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된 공학지식이 어우러질 때 발현되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식견과 함께 창의성의 또 하나의 축인 체계적으로 정리된 공학지식체계는 어떻게 배양할 것인가. 다시 말해 강의위주 일방적 교육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나의 길은 학생들 개개인에 맞춘 개별교육을 통한 보완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재의 개발과 효율적인 교육방법의 확산이다. 개별교육이 가능하려면 교수대 학생비가 현재보다 훨씬 낮아져야 하고, 교수진의 경력도 훨씬 다양해져야 한다. 다양한 경력의 교수진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은 교수진의 확충은 커녕 감축을 불러와 대학교육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그에 대응되는 재정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나아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주교재와 다양하고 의미 있는 보충교재의 개발, 그에 맞는 다양한 교수법의 개발 및 확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좋은 교육방법이 교수 개개인의 차원에서 활용되는 데에 머물 뿐, 확산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사회 고령화의 급속화에 따라 일평생 다양한 직업을 가져야 할 숙명을 가진 현대인의 평생교육이든, 새로운 산업이나 기업을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혁신적인 기업가 양성이든, 창의적인 젊은 엔지니어 양성이든 공학교육에 던져지는 도전은 넓고 깊다. 특별히 현대 산업사회를 이끌고 있는 현란한 기술발전의 속도, 그에 따른 상상을 넘어서는 사람들과 사회 변화의 깊이와 폭은 헤쳐 나가기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공학교육 혁신을 통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개발이야 말로 실업과 고령화 등 우리사회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다. 그리고 우리 공학교육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이어져 공학교육의 한류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 새로 들어설 정부에 대한 소박한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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