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정부책임형 사립대학(Government-dependent private higher education institutions)이란 사립대학이 정부의 자금지원에 어느 정도 의존하느냐를 기준으로 정부기관으로부터 재원의 50%이상을 제공받는 사립대학을 말한다. 그렇지 않은 사립대학을 정부독립형 사립대학이라고 부르는데 OECD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정책은 크게 보면 사립대학 퇴출정책과 퇴출에 따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하여 사립대학의 재산을 설립자에게 일부 환원해 주거나 아니면 공익법인으로 퇴로는 열어주는 정책으로 요약된다. 이런 정책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발전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대학의 숫자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수가 아니라 대학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립대학은 고등교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즉 2011년 기준으로 사립 고등교육기관 수는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87%에 달하고, 사립학교의 학생수가 75%(일반대학의 경우에는 79%)에 달하고 있다.

이로부터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사립대학의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대학의 운영비를 대부분 학생들이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도 거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둘째로 고등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세계에서 제일 높지만, 학생 1인당 공교육비 통계를 보면 매우 열악하다.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9,081달러로 OECD 평균(1만 371달러)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미국의 2만9910달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셋째로 교육행정기관을 포함한 국가가 사립대학 위주의 고등교육정책을 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린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다수의 사립대학이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점일 것이다.

고등교육을 국·공립대학 위주로 제도화할 것인지 아니면 사립대학 위주의 사적 영역 중심으로 지속시킬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교육비의 공적 부담을 외치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합의되어 가고 있는 점, 우리나라 대학의 서열체제를 해소할 필요성을 감안하면 사립대학 위주의 고등교육시스템을 조정해야 한다.

사립대학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대학공공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은 국공립대학을 신설(혹은 확장)하면서 동시에 사립대학을 정부책임형 대학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있다. 특히 후자는 준국·공립화라는 정책적 목표를 설정하고 지원요건을 충족한 원하는 사립대학에 국고를 지원을 하는 방안을 말한다. 지원은 정부계약을 통하여 교원인건비의 2분의 1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고가 지원되는 만큼 해당 사립대학의 법적 지위를 반(半)공립, 반(半)사립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즉 사립학교의 지배구조에 변경을 가하여 인사와 예산 등에 관련된 의결권을 사립학교법인이 아니라 대학운영위원회(교원대표, 학생대표, 직원대표, 이사회 추천인사, 교육과학기술부 추천인사 등 15인 이상으로 구성)와 같은 기구에 부여하여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립대학 위주로 시작된 미국 고등교육의 역사는 주립대학 확장의 역사이었다. 동시에 원하는 사립대학에 공적 자금을 투여하여 주립대학화하거나(오번대, 러트거스대, 윌리엄메리대 등),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시킨 사례(코넬대, 시러큐스대, 예일대 등)를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주립대학의 재적학생수가 74%에 이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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