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본지 논설위원·연세대 수학과 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초박빙 접전 끝에 새 대통령이 선택됐다. 우리는 차기 대통령의 역량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국민 개개인의 장래 명운이 엇갈리게 되는 중대 전환기에 서 있다. 다음 대통령 5년이 우리의 미래 50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데 새 대통령 앞에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있다. 우리 사회에 일자리가 없고 양극화가 심화되며 삶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의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고, 미국과 중국, 일본, 북한 등 한반도 주변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위기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어느 때 보다도 국민들에게 꿈과 비전으로 희망을 주어야 할 때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정책이 실종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제는 선거분위기를 벗어나, 차분히 국가 경쟁력의 바탕인 우수인재양성과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교육정책을 세우며 비전과 희망을 보여야 한다. 기존의 정책들을 안정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며,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첫째, 교육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교육정책을 사회적 문제 해결에만 초점 맞추면 안 된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 고교 무상교육, 대입제도 단순화, 사교육비 줄이기, 반값등록금 등을 아우르는 통합된 그림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인재상을 세우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세우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학생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현재 어린이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 까지 다음 세대들이 매우 지쳐있다. 어려서부터 점수 중심의 틀로만 내몰려 개개인의 특성에 상관없이 점수로 한줄 서는 일에만 매달려 왔다. 학생 개개인 가지고 있는 생각과 역량을 읽어주어야 한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셋째, 경쟁 또는 평가의 목적과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경쟁력의 의미를 비롯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 숙고해야 한다. 교육에서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도록 평가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현재 창의∙인성교육을 표방하는 초중등교육의 목적과 내용은 대입평가제도에 의해 왜곡되고, 탐구정신과 대화로 채워져야 할 대학교육은 스펙 중심의 기업 채용문화, 인프라, 연구력, 평판 등에 대한 지표 중심의 대학 평가시스템 때문에 왜곡되고 있다.

넷째,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문제가 정치적, 이념적 시각에서 의견이 대립되는 가운데, 정작 학생들은 안보이고 어른들 사이의 논쟁만 나타난다. 최근 교총, 전교조를 포함한 교육단체들이 교육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약의 체결은 신선한 충격이다. 교육 문제는 학생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하며, 공감대를 키우도록 대화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공감대가 없었던 정책들 대부분 갈등만 남기며 실패했다.

다섯째, 학생들에게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의 질은 재정투자의 규모에 비례한다. 특히 학생들에 초점을 맞춘 초중등교육에 대한 투자확대와 함께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고등교육에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그래야 노벨상도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대통령 당선자가 GDP 대비 고등교육비 투자를 현재 0.6%에서 OECD 평균 1%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갈수록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면서도, 이산화탄소, 원전 등의 환경이슈와 세계 경제는 인류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 새 시대에 적합한 철학, 비전, 전략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세워야 할 때다. 차기 정부는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진정한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5년 정권의 치적 쌓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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