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해 남·북한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지도자가 새로이 선출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향후 동북아를 이끌어 나갈 이들 지도자 모두가 선대의 후광을 자산으로 정치적 역량을 키워온 인물들이다.

지난해 4월 노동당 제1비서로 선출된 김정은은 김일성의 외모와 행동을 모방하면서까지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된 시진핑은 선전과 주하이 등 경제특구 순시를 첫 번째 정치일정으로 삼아 중화부흥을 추구하고 있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지지자였던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이다. 12월 일본 총리가 된 아베 신조 역시 A급 전범으로 재판받고 일본 총리를 역임한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5.16 군사정변을 연상케 하는 51.6%의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주요 동북아국 지도부가 소위 ‘태자당’(太子黨)에 의해 장악되게 됐다.

한·중·일과 북한의 신 지도부는 모두 기득권세력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동북아지역 국가들의 내부 정서도 폐쇄적 민족주의 열기에 의해 적잖게 영향을 받고 있어, 보수정권 하에서 지역 정세가 순탄하게 전개될 것으로는 낙관하기 어렵다.

먼저 남·북한 관계는 군사적 긴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북한이 제3차 핵무기 실험을 실시하여 국제사회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고 지난 2010년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는 아베 신조가 총선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대로 한반도정책을 전개한다면 크게 후퇴할 것이 자명하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과 위안부문제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다면 한·일간 화해와 공동번영은 근본적으로 어렵다. 다행히도 아베 총리는 취임 후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정부가 주최하겠다’는 공약을 유보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한·일관계가 악화될 경우 일본에게 이익이 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도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제재조치에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안정화를 우선시 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을 편드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한국이 한·미동맹 강화정책을 일방적으로 추구할 경우, 한·중이 진정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동북아정세를 위협하게 될 핵심 사안은 중·일 갈등이다.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중·일간 세력관계가 역전되자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이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에 대한 영유권 확보 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과 아베 모두 자국내 민족주의 정서를 무시하고 영토와 과거사 문제를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군사도발과 한·중·일간 갈등은 미국으로 하여금 동북아 안보문제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도록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재정절벽’(fiscal cliff)에 직면한 미국이 한·일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동북아 안정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미군 주둔 비용 분담 증액 요구를 강하게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올해 새로 출범한 동북아 지도자들이 남북관계와 한·일 및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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