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에 입학하는 70세 국가유공자 허영남 씨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새 학기, 배재대엔 특별한 만학도가 있다.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 출신의 70세 만학도다. 오는 3월 배재대 복지신학과에 입학하는 늦깎이 신입생 허영남 씨(70·사진). 얼마 전까지만해도 허 씨의 최종학력은 중학교 졸업이었다. 1965년 백마부대에 입대해 월남전에 참전한 허 씨는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30년간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 ‘70세 늦깎이’ 13학번 새내기 허영남 씨

원사 전역 후 뒤늦게 학업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결심이 섰을 때가 2011년. 대전 예지중·고등학교에 입학했다. 50년 만에 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다음 시간이면 몽땅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허 씨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단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탓에 맨 앞자리는 늘 허 씨가 차지했다. 시험 기간이면 동이 틀 때까지 책을 파고들기를 2년. 전교생 114명 중 4~5등을 유지했던 허 씨는 마침내 지난해 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늦게 시작한 공부이지만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부인과 자녀들은 “기왕에 갈 대학, 4년제로 가라”며 적극 밀어줬다. 지난 5일 예지중·고를 졸업한 허 씨는 전문대학이나 특수목적대학이 아닌, 4년제 사립대학에 진학한 졸업생이 됐다. 

허 씨는 부담이 없었을까. “나이 먹고 다시 학교에 다닌다는 게 부끄러워 망설이기도 했지만 후회할 일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을 결심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그 길로 지금까지 복지신학과 교수들을 만나거나 도서관을 둘러보며 예행연습을 마쳤다. 복지신학을 전공하게 될 허 씨는 심리학이나 상담에도 관심이 많다. 허 씨는 무엇보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생활하다 한글을 미처 못 깨우친 노인들을 돕고 싶다. 

“문맹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는 문맹자들에게 글을 깨우치려면 마음을 여는 심리 상담이 우선이거든요.” 허 씨에게 노년은 배움이고 가르침이다. 4년 뒤면 석·박사 과정에 뛰어들 ‘만학도’가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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