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가 정권과 체제를 지켜주는 보루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핵을 가진 미국과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핵 억지력을 보유해야 정권과 체제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일관되게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 왔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핵무기를 은밀히 개발하면서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은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압력과 제재가 추진되면 이를 빌미로 핵실험을 강행해서 핵능력을 향상시켜왔다. 이번에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문을 통해서 “원래 우리에게는 핵실험을 꼭 해야 할 필요도 계획도 없었다”고 밝히고, 제재가 핵실험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3차 핵실험은 지난해 말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 로켓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제재결의 2087호 발동하자 이에 반발한 추가도발이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를 미국의 이중기준의 적용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의 주된 목적이 “나라의 자주권을 끝까지 지키려는 선군조선의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입각해서 자주권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이번 핵실험을 통해서 북한은 자주권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내부논리를 재확인했다. 핵실험 이후 추가 제재로 인민생활 향상전략에 심각한 난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한 데도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정권 유지가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1기 행정부 출범 직후 북한이 로켓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해서 미국의 대북정책 선택을 제한했듯이, 이번에도 북한은 주변 국가들의 전향적인 대북정책 선택을 제한하는 잘못된 행동을 보였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남북관계 복원도 상당기간 늦어지게 될 것이다.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북핵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과제다. 역설적이게도 북핵문제는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복잡해지고 오히려 핵능력이 향상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번 3차 핵실험에서 북한이 주장한 것처럼 소형화, 경량화가 이뤄지고 다종화 된 핵 억지력을 확보했다면 심각한 사태진전이다. 특히 이번 실험이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한 핵실험이었다면 북핵문제는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선 이번 핵실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3차 핵실험이 이뤄졌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미국과 한국의 북핵 정책 ‘실패’를 의미하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미국과 한국이 선 핵 폐기 또는 비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인내’와 ‘기다리는 전략’으로 수수방관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됐다.

이제 미국의 오바마 2기 행정부와 한국의 새 정부는 핵동결과 핵통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더 이상 북한 핵이 향상되거나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으로 선 핵 폐기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당면한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통제하면서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의 수순에 따라 최종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핵정책의 우선순위와 수순을 조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북핵문제는 핵실험→제재→협상의 수순을 반복하면서 상황이 악화됐고,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됐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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