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지원사업, 통합·구조조정 각각 6개 대학 신청

“지금 당장은 손해다. 그러나 언제까지 수도권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10년, 15년 뒤를 생각한다면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 사립대 법인 관계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몸집 줄이기’와 ‘특성화’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생존전략인 듯하다. 이르면 내년부터 국립대 2곳과 사립대 4곳이 통·폐합해 전문대 3곳이 없어질 전망이다. 동국대·중앙대 등 수도권 대학은 물론 대구가톨릭대와 같은 지방 사립대도 대규모 정원 감축에 나선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5일 ‘2006년 대학구조개혁 지원사업’ 신청을 마감한 결과 국립대인 강릉대와 원주대학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을지학원은 을지의대와 서울보건대학을, 경원학원은 경원대와 경원전문대학을 통합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대학의 통합이 승인되면 내년 전문대 입학정원은 3천7백23명 감소한다. 동국대·중앙대·대구가톨릭대 등 사립대 3곳과 경북대,금오공대, 상주대 등 국립대 3곳은 각각 입학정원의 10~15%를 줄이고 유사학과를 통합해 특성화 분야로 집중하는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이들 대학이 2008학년도까지 줄이는 입학정원은 2천6백81명에 달한다. 2006년 대학구조개혁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것이다. 국립대 2곳, 사립대 4곳 통·폐합, 전문대 정원 3723명 감소 지난해에 통·폐합 신청서를 냈다가 동일권역 제한에 묶여 실패했던 을지학원은 올해 다시 을지의대(대전)와 서울보건대학(경기)의 통·폐합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권역이 달라도 동일법인이면 통·폐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전문대인 서울보건대학의 입학정원을 1천4백98명 줄이고,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따로 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전캠퍼스는 의·생명과학, 성남캠퍼스는 보건복지산업 분야를 특성화시킨다. 지난해 통·폐합을 둘러싸고 한 차례 진통을 겪었던 경원대와 경원전문대학도 내년부터 통합해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경원전문대학 입학정원을 60%(1천7백67명) 줄여 입학정원 3천1백97명으로 거듭난다. 소프트웨어 분야와 전자정보 분야를 묶어 특성화 분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문대학 2년제와 3년제 학과의 경우 각각 1년과 2년의 존치 기간을 둬 학생 피해를 줄일 예정이다. 국립대 가운데는 강릉대와 원주대학이 통합 신청서를 냈다. 2007학년도 입학정원은 강릉캠퍼스 1천4백87명, 원주캠퍼스 5백50명 등 2천37명이다. 강릉대가 이미 2006학년도 입학정원을 10%(1백76명) 줄였고, 원주대학은 60%인 4백58명을 감축하는 결과다. 경북대·동국대·중앙대·대구가톨릭대 등도 대규모 정원 감축 나서 정원을 줄여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는 대학들도 있다. 특히 지난해 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에 이어 동국대와 중앙대가 가세, 서울지역 대학 입학정원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동국대는 2008학년도까지 입학정원을 4천6백40명으로 줄인다. 2004학년도 5천1백58명에 비해 10%(5백18명)가 줄어든다. 올해 65명을 줄인 데 이어 내년에 2백13명, 2008학년도에 2백55명을 감축한다. 경주에 있는 법학과는 서울로 흡수하고, 영상미디어학부를 특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중앙대 역시 내년 입학정원을 올해보다 3백91명 감축하고 유사학과를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2006학년도에도 입학정원을 1백10명 감축했었다. 2004학년도에 비해서는 10%인 5백1명이 줄어드는 셈. 저널리즘과 공연영상 분야를 특화시켜 미디어공연영상대학을 신설한다. 지방 대규모 사립대도 구조조정 대열에 뛰어들었다. 대구가톨릭대는 내년 입학정원을 3천1백40명으로 줄인다. 2004학년도에 비해 4백95명(13.6%)을 감축하는 것이다. 생물자원 활용과 IT 및 디스플레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LOHAS(사회복지학과, 간호학과 등) 등을 대학 특성화 분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국립대 가운데서는 한꺼번에 7백28명을 줄이는 경북대가 눈에 띈다. 2004학년도 입학정원 4천4백65명과 비교해 16.3%를 줄인다. 경북대 관계자는 “국립대는 2004년 대비 내년에 10%, 2009년에 15%를 줄여야 되지만 이번에 한꺼번에 16.3%를 줄이기로 했다”며 “IT, BT분야 특성화를 뒷받침하는 기초학문 육성 특성화를 위해 인문대와 사회대를 인문사회과학대학으로 합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오공대도 2006학년도 70여 명을 포함해 내년 입학정원을 2백28명 줄인다. 2004학년도 입학정원의 15%를 한꺼번에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경북대와의 통합이 무산됐던 상주대도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올해 2백6명을 감축한 데 이어 내년에 5명을 더 줄인다. 입학정원이 2004학년도 1천4백명에서 1천1백89명으로, 2백11명 준다. 국립대 통·폐합은 8월말까지, 사립대는 연중 수시로 신청 받아 그러나 한때 통·폐합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LG연암학원 산하의 천안연암대학(천안)과 연암공업대학(경남)은 통·폐합 신청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동일권역 제한이 풀리면서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LG연암학원 관계자는 “현재는 계획이 없다. 현 상태에서 잘해보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폐합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렸던 D대학 관계자 역시 “현재로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충남대-공주대, 전북대-군산대 통합은 새로 취임하는 총장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주대는 오는 22일 김재현 총장 취임식을 앞두고 있다. 두 대학 통합은 김 신임총장의 “공약사항 가운데 하나”라고 이 대학 관계자는 전했다. 전북대는 오는 20일 새 총장선거를 치른다. 한편, 교육부는 7월까지 통·폐합 승인과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의 경우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선정에서 탈락하면 계획대로 정원을 감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국립대 통·폐합은 8월말까지 한 번 더 신청을 받아, 9월말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립대 통·폐합은 별도의 재정 지원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신청 가능하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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