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냐, 성장이냐” 학과통폐합 추진도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강원도립대학이 학과구조조정에 들어간 가운데, 나머지 도립 전문대학들도 비슷한 작업에 들어갔거나 이를 계획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저조한 취업률 등 경쟁률 약화와 학령인구의 급감이 가장 큰 이유다. 이와 관련 전국 7개 도립대학들이 ‘복지’와 ‘성장’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 “경쟁력 높여라” 학과구조조정도= 강원도는 지난 11일 “도립대학 구조개편을 대학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 강원도가 지난 1월 내놓은 ‘대학 구조조정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중도탈락률, 취업률 등 항목 지표를 토대로 한 이 규정에 따라 전체 13개 학과 중 자동차과와 산업디자인과는 폐과 대상에 올랐다. 나머지 1개 과는 유예기간을 두고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강원도립대학은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201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안’을 교과부에 최근 제출했고, 이에 따라 폐과 대상이 된 일부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강원도립대학의 경우, 지난해 ‘반값등록금’을 처음으로 내건 바 있다. 반값등록금으로 줄어든 돈은 강원도가 매운다. 도가 이처럼 적극 투자를 하는 만큼, 경쟁력 강화와 이에 따른 일부의 반발은 어쩔 수 없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대학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원도가 반값등록금을 전문대학 중 처음으로 내걸며 지원을 약속했다. 대학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학과 구조조정이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됐던 전남도립대학 역시 지난 10월부터 생산성본부를 통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교과부가 전남도에 컨설팅 의사를 공문으로 타진했고, 대학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진행된 작업은 현재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학 관계자는 “개별 학과 취업률 강화 방안을 비롯해 경영수지 개선 등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다”며 “공론화를 거친 후 진행된 것이라 현재로선 큰 반발은 없다”고 말했다. 컨설팅에 따른 구체적 추가계획은 이달 말 경 결과가 나온 이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강원도립대학처럼 학과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경북도립대학 역시 구조조정방안을 포함시킨 중장기발전계획을 곧 추진한다. 대학 관계자는 “중장기발전계획 관련 예산이 통과돼 3월부터 관련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며 “6개월 내에 용역을 맡을 기관을 정한 후 본격적인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공립대학은 복지” 망설이기도= 도립대학들이 이처럼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한 마디로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강원도립대학 일부 교수들의 반발은 강원도립대학의 낮은 취업률이 기폭제가 됐다. 이는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남남해도립대학이 지난해 취업률 76.9%를 기록해 70%를 넘겼고, 충북도립대학은 61.6%, 경남도립거창대학은 61.5%, 경북도립대학은 61.4%를 기록했다. 충남도립청양대학은 56.6%, 전남도립대학은 53.8%, 강원도립대학은 49.5%로 전국 평균 60.9%에 못 미쳤다.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라는 한 도립대학의 보직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도립대학은 도가 지원해주니 안전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숫자가 말해주듯 경쟁력이 일반 전문대학에 비해 대체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지방의 전문대학들도 ‘어렵다’고 하는데 도립대학이라고 예외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도립대학의 어려운 사정은 공립대학으로서 도립대학의 ‘어중간한’ 위치를 잘 보여준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4년제 국립대의 경우 사학과나 철학과 등 인문계열 학과들은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더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다. 그렇지만 도립대학은 명분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률을 비롯해 각종 정부 사업에서 다른 전문대학에 밀리다 보니 애매한 위치가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 7개 도립대학이 모두 소규모인데다가 지방의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언젠가 외면 받을테고, 도에서 투자를 많이 해준다 해도 회생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의견에 대해 신중론도 나온다. 경상남도청 기획조정실 교육지원관 측은 도립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해 “현재 경남의 두 도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에 대해 내부에서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도립대학의 구조조정은 대학당국은 물론, 지역사회 경제와 도민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단순히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구조조정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이와 관련 “도립대학은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일종의 ‘혜택’과도 같다”며 “도립대학의 위상과 파급 효과를 고려해 구조조정의 범위라든가, 시기를 신중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에 따라 정책이 바뀌거나 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립대학의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도립대학은 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정책이 크게 좌우된다는 게 거의 정설”이라며 “지자체장의 성과를 위해서가 아닌, 지자체를 위한 구조조정이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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