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합격생 붙잡고 대학생활 쉬이 적응 유도

▲ 예비대학이 대학 교육의 한 과정으로 자리잡고 있다. 숙명여대 입학사정관전형 학생들이 예비대학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제공 = 숙명여대 홍보팀)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예비대학’이 달라졌다. 대학생활, 학사안내 등 하루 이틀 일정으로 진행하던 예비대학(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교양강의로 대체하고 ‘학점’을 부여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이 수도권 소재 16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경희대·성균관대·홍익대 등 대규모 연구중심대학들이 예비대학의 일환으로 ‘선학점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이들 대학은 학점에 따른 수업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최근 서울여대와 숭실대 등 무료로 강의를 개설하는 대학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학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입시부터 수시와 정시모집 비율이 ‘6:4’로 역전된 데서 비롯됐다. 우수한 수험생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수시합격생’을 대상으로 한 예비대학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유홍준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은 “수시모집전형의 선발비율이 늘면서 일찌감치 대학에 소속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들이 알차게 겨울방학을 보내고 대학생활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게 하려고 예비대학을 강의체험식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대학도 이제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도권 대학들은 예비대학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예비대학’ 꼼꼼히 살피자>

▲ 출처 : 한국대학신문

■ 미리 강의 듣고 학점 취득 ‘선학점형’ = 대학들이 예비대학을 강의로 대체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학점을 부여한다. 선학점을 부과하는 대표적인 대학은 경희대다. 학생들은 한 달 동안 교양필수과목을 듣고 ‘pass 또는 fail’로 학점을 받는다.

성균관대·동국대·홍익대·숙명여대·홍익대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숙명여대는 국제화에 발맞춰 나간다는 이유로 예비대학에서 영어를 비롯해 독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집중 강의한다.

대학들이 예비대학에 ‘선학점’을 부여하는 이유가 있다. 유홍준 성균관대 학장은 “수시전형으로 들어온 우수한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학점을 부과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강의를 충실하게 들을 동기부여가 약하다”며 “그간엔 학생들이 강의에 잘 참여하지 않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져 왔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선학점제로 예비대학을 진행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강의료, 시설 관리료 등을 이유로 수업료(예비대학 등록금)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서울여대와 숭실대가 ‘무료’로 강좌를 진행했다. “수강료를 받게 되면 학원이나 다름없다”는 박삼열 숭실대 교수(베어드학부대학)는 “입학 행사에 쓸 재정을 줄여 예비대학 수업료를 충당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지방학생들을 위한 사이버강의 ‘원거리형’ = 지방 합격생들을 위한 예비대학도 등장했다. 수도권 대학들은 예비대학을 오프라인 위주로 교내에 개설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 참가하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최근 대학들은 ‘사이버 예비대학’을 운영하면서 지방의 예비신입생들 발길 잡기에 나섰다. 명지대·성균관대·인하대 등이다.

인하대는 취업능력향상을 위한 '큐브(CUBe)'과정 일환인 ‘새내기를 위한 글쓰기 첫걸음’,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 강좌를 온라인으로 운영한다. 학점은 주어지지 않고, 무료이다.

인하대 교육기획팀 관계자는 “글쓰기와 수학 강좌를 개설해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대 학생들도 들을 수 있게 했다. 특히 인하대는 공과대학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수학은 기초이자 필수다”라고 답했다.

■ 기초학력 다지는 ‘입학사정관형’ = 입학사정관전형은 수시모집 정원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올해 수시모집 인원만 따지면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30개교)’의 입학사정관전형 선발비율은 36.2%나 된다.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은 주로 성장배경이나 특기·적성을 바탕으로 선발되기 때문에 학력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예비대학이 단순히 ‘오리엔테이션 형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한 과정으로 자리잡게 된 이유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 학점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입학사정관전형 학생들을 위한 예비대학을 운영하는 수도권 대학은 건국대·동덕여대·명지대·상명대·서강대·서울대·숙명여대·인하대·중앙대 등이다. 이 가운데 서강대는 지난달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자들에게 물리, 영어 등 기초교육 강의를 개설했다. 이욱연 서강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전형은 학생의 성장배경 등 환경적 요인을 위주로 뽑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들쑥날쑥인 경향이 있다. 이들의 학업 적응력을 고르게 키우기 위해서 무료로 강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학기 내내 오리엔테이션 ‘기숙형’ = 1학년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예비대학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의 예비대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숙형 예비대학’이다. 연세대가 대표적이다. 이 대학은 지난해까지 선학점형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올해부터 1학년 전원이 기숙생활을 하는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캠퍼스)를 운영한다. 이로써 예비대학은 사실상 폐지됐다.

올해 신입생의 절반(약 2000명)은 한 학기씩 번갈아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이하 국제캠) 제1기숙사에 거주하며 RC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제2기숙사가 완공되면 2014년부터 신입생 전체(약 4000명)로 교육 대상이 확대되고, 1년간 국제캠에서 생활하게 된다.

연세대 김영숙 학사지원팀장은 “친구, 교수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공동체에서 배워야할 가치와 공동체 일원으로서 필요한 자세를 신입생들이 1년 동안 기숙생활을 하며 배운다. 대학이 학문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 정서적인 것들도 중요하기 때문에 RC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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