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IBS 단장···주름진 알루미나 산화막 이용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IBS(원장 오세정) 이영희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사진·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주름진 산화막을 이용해 최대 20%까지 늘려도 깨지지 않고 작동하는 그래핀-탄소나노튜브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실리콘소재와 실리콘산화막은 불투명하고 깨지기 쉬워 투명하고 늘어나는 소자 및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가 없었다. 나노 두께의 평평한 산화막층은 휘어짐에는 견딜 수 있지만 늘리면 쉽게 부서지고, 고분자를 이용한 절연막은 늘렸을 때 견딜 수 있지만 누설전류가 심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주름진 산화막과 그래핀-탄소나노튜브를 이용, 기존 실리콘 소자의 한계를 극복해 투명하고 20%까지 늘어나는 소자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투명하고 늘어나는 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구리기판 위에 고 유전율 산화막 물질인 ‘알루미나(Al2O3)’를 증착시키고 ‘메타크릴 수지(PMMA)’ 고분자를 코팅한 후 구리를 녹이는 용액을 이용해 구리기판을 제거했다.

이 과정 중에 알루미나층은 이완에 따라 주름진 모양으로 변형됐고, 연구팀은 이 주름진 산화막을 그래핀으로 이루어진 전극 위에 또 다시 전사해 트랜지스터의 절연막으로 사용했다. 산화막이 깨지지 않고 주름진 형상 때문에 주름이 펴지면서 최대 20%까지 늘릴 수 있는 전자소자가 완성됐다.

산화물의 주름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늘렸을 때에도 잘 견디는 특성을 보였다. 기본 전자소자의 단위인 트랜지스터의 모든 부분(전극, 전자 통로, 절연막)이 변형에 견디는 재료로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 ‘늘어나는 소자’가 개발된 셈이다. 모든 재료가 투명하기 때문에 완성된 소자 역시 80%의 투과도를 보였다.

이 단장은 “그래핀 및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꿈의 신소재의 전자소자로의 응용 폭이 대폭 확대됐다”며 “휘어지는 것을 넘어 늘일 수도 있는 투명한 소자 및 디스플레이, 접이형 컴퓨터, 의복형 컴퓨터, 피부에 붙이는 센서 등 미래 소자로서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나노 분야에서는 휘어지고 접을 수 있는 전자소자를 넘어 ‘늘어나는 소자’를 구현키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은 전자 이동이 우수하고 변형에도 강하지만, 절연막으로 사용되는 산화물이 쉽게 깨져 늘어나는 소자를 만드는데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영희 단장 연구팀의 채상훈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수행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자들이 참여해 협력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 발간하는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즈 Nature Materials’ 3월호(3월 4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Transferred wrinkled Al2O3 for highly stretchable and transparent graphene–carbon nanotube transistors>)

☞ 그래핀(Graphene) : 탄소원자가 벌집모양 구조로 연결되어 있는 물질로서, 탄소원자 단일층으로 이루어진 가장 얇은 물질이다. 흑연(Graphite)이나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기도 하다. 뛰어난 전기전도도와 광학적 투명도를 가져서 차세대 전자재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기계적 특성이나 열전도특성 등도 뛰어나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지난 2010년에 그래핀을 처음 제작해 측정한 영국의 가임(Geim)과 노보셀로프(Novoselov)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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