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출신의 모교 교수 강단에

포스텍(포항공대·POSTECH) 개교 18년 만에 처음으로 학·석·박사 과정을 모두 이 대학에서 마친 ‘메이드 인 포스텍’이 교수로 임용돼 화제다. 2학기부터 각각 기계공학과, 전자전기공학과 조교수로 강단에 서는 강관형(사진 왼쪽)·심재윤(사진 오른쪽) 교수가 주인공. 87년 3월, 포스텍에 처음 입학한 2백49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강 교수와 2회 입학생 심 교수는 나란히 모교 교수로 부임해 각각 ‘미세유체역학’과 ‘데이터변환기설계’를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포스텍 출신 대학교수가 1백60여 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10여 명은 외국 대학에서 자리를 잡고 있지만, 포스텍은 유독 모교 출신을 교수로 받아들이는 데 인색했다. 올 2월에야 학·석사를 포스텍에서 마친 김병인(산업경영학과)·전상민(화학공학과) 박사가 교수로 부임했을 뿐이다. 이번에 함께 임용된 김성지 교수(화학과)도 학사 과정만 포스텍에서 마쳤다. 그렇다면 역대 지원자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인재란 소리인가? 당연히, 둘 다 손사래부터 쳤다. 강 교수는 “외국의 경우를 보면, 자체 토양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할 때 과학도 발달한 것을 볼 수 있다”며 “국내서 자란 ‘토종’들이 교육을 담당할 수 있을 만큼 우리 과학도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신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세유체역학 전공인 강 교수는 기업체와 정부 출연 연구소에서 3년 6개월 재직한 것 빼고는 줄곧 포스텍에서 연구에만 매달린 정통 ‘포스테키안(Postechian)’이다. 표면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로 인정받는 ‘랭뮤어’에만 5편의 논문이 실릴 정도로 연구 성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첫 학생이니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더 자극제가 된 것 같다”는 강 교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니 하는 말들이 많은데 후배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재밌고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일인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심 교수 역시 삼성전자 재직 시 저전력 메모리칩 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스타급 연구원’으로 자리 잡은 인물. 박사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 D램 메모리 설계팀과 저전력 D램 개발팀 등에서 근무하며 최우수 업적상과 최우수 특허상(2000년), 최우수 논문상(2002년)을 잇달아 수상했고, 전자공학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큰 단체인 ISSCC에서 주는 우수논문상(2002년)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저전력 아날로그 회로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 모교에 보답하고 싶다”는 심 교수는 이와 함께 “후학들이면서 후배들이기도 하다. 사회 나가서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