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얼마가 필요하냐고요? 그걸 어떻게 말합니까.”

전화기 너머 취재원 목소리가 갑자기 흐려졌다. 앞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열을 올리던 때와는 딴판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기사를 쓰지 않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정부의 재정지원이란 게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돈 얘기는 아무래도 좀 껄끄럽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목전에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와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 주요 관계자들은 재정지원을 늘려줄 것을 갈구했다. 전문대교협은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이 너무 적다고 했고, 원대협도 사이버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했다. 전문대학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저평가 됐던 직업교육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사이버대는 차세대 미래 교육을 위한다는 준비 차원에서 둘 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럼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 거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풀이된다. 첫째는 철저한 정책연구를 하지 않아서다. ‘전문대학의 발전’ ‘사이버대의 발전’ 등 큰 차원에서의 정책 연구 과제들과 굵직한 목표는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언제까지 얼마가 들고, 몇 명의 인원이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의 시장 상황과 이후 미래 변동 상황에 맞춰 얼마를 예비로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두 번째는 자칫 새 정부를 건드렸다가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하는 염려에서다. “사실 지금 관련부처와 논의를 하러 가는 중”이라며 전화를 받았던 전문대교협의 한 간부는 “돈 이야기가 나오면 그쪽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략적인 금액이 오가긴 했지만 먼저 말했다가 ‘돈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세 번째는 교육을 논하는 마당에 돈 문제를 거론하는 게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전에 만났던 한 교수는 이런저런 정책에 대해 설명하다가 그 정책에는 얼마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숭고한 교육을 논하는데 돈 얘기를 하기는 좀 ‘거시기’ 하다”고 농을 치기도 했다.

올해 전문대학 국고사업 예산은 2652억여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90억여원이 늘었다. 4년제 대학의 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증액 예산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사이버대 역시 예산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억원에서 12억 5000만원으로 2억 5000만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앞을 내다볼 때 분명 이들에 대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전문대교협이나 원대협은 단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만 하기보다는 “올해는 이런 저런 사업을 해야 하는데 얼마가 필요하니 언제까지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런저런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설득해야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한다. 좋은 정책을 논하는 것도 좋지만, 구체적인 숫자가 뒷받침 되고, 언론을 통해 공론화 된다면 더 좋은 정책으로 다듬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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