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을 들이는 2~3월 대학가에서는 몇년 전부터 음주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달 27일 서울 한 사립대 신입생이 엠티에서 술을 마신 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숨을 거뒀고 같은날 또다른 대학의 3학년생이 신입생 예비대학에 합류했다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건물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보다 앞선 21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2학년생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숙소에서 실족해 3층 아래로 추락,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일주일여 만에 대학생 3명이 음주사고로 귀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대학생의 음주 문화를 탓하고 꾸짖고 말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하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다.

엠티, 오리엔테이션, 예비대학 어떤 이름으로 불려지든 간에 이들 행사는 재학생과 신입생들이 서로 얼굴을 익히고 정보와 조언을 주고 받으며 학교 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선후배와 동기간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우리 대학에서 선후배들의 대면식은 폭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도를 높이고 능률적인 자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아무리 그럴듯한 포장이라도, 혹은 실제로 그것이 신입생들의 생활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도 이렇게 학생들을 죽음의 위기에 몰 수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대학들은 무심했다. 학교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회 주관으로 행해지는 행사라 관리나 통제를 한다거나 무엇을 못하게 강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가장 최근 숨진 한 학생이 재학 중인 대학은 언론 취재가 진행되기 전까지도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 연락 한번 하지 않았다. 이 학생의 부모는 신입생 예비대학의 이름을 건 행사에서 자식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번이라도 했겠는가.

전적으로 해당 대학의 책임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쉬쉬하거나 책임질 영역이 아니라며 발뺌에 급급한 모습은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을 벗어난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정 사고 예방이 어렵다면 예비대학이나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류의 행사는 없애야 마땅하다. 그럴 수 없다면 학생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속히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술 없는 예비대학’ 구호를 외치는 대학들이 요즘들어 간간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대학 역시도 학교 외부에서 이뤄지는 학생그룹 단위의 음주에 대해서는 어떤 강제를 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그래도 계속해서 관리 지도하고 문제의식을 일깨워야 비뚤어진 사회의 음주 문화도 여기서 바로 잡을 수 있다.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대학들은 입학식에서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을 환영하며 “여러분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들 호언장담했다. 무엇을 책임졌다고 말할텐가.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