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신설한 지 4년 만에 ‘자유전공’의 모집을 포기했다. 내년부터 자유전공은 글로벌융합학부에 흡수될 전망이다. 이 소식을 접한 학생·학부모들은 분노하고 있다. 연세대에서도 학력 수준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자유전공 학생들이 지난 4년간 믿기지 않을 만큼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연세대 자유전공은 매년 신입생 100여명을 받았다. 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1년간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연세대가 자랑하는 ‘레지덴셜 칼리지’다. 올해부터는 연세대 신입생 전원이 국제캠퍼스에서 기숙형 교육을 받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국제캠퍼스에는 언더우드국제대학, 의과대학, 자유전공 정도만이 입주해 있었다.

자유전공의 교육목적은 학생들이 전공에 제한받지 않고 다양한 강의를 듣도록 해 ‘융합형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었다. 1학년 땐 다양한 전공기초과목을 섭렵하면서 전공탐색과 진로적성의 기회를 찾아가야 하는데 국제캠퍼스엔 전공이 없었다. 더구나 연세대 자유전공은 인문계열이기 때문에 이공계 쪽은 선택할 수 없었다. 자연히 의과대학에서 개설한 기초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없었다. 언더우드국제대학은 특성화 과정이라 커리큘럼이 별도로 진행됐다. 자유전공 학생들은 글쓰기, 책읽기, 발표와 토론 정도의 기초교양교육만 받았다.

전공기초과목을 듣고 싶은 학생들은 대중교통으로 2시간씩이나 걸리는 신촌캠퍼스로 통학해야했다. 물론 통학생이 있긴 있었다고 한다. 학사지도에 문제가 생기자 연세대는 송도 국제캠퍼스에 전공기초(교양)과목을 개설했다. 경영·경제학이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연세대가 자유전공을 폐지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경영·경제학과에 지망하는 학생이 90%에 달한다’는 점이다.

신촌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격분했다. “학교에서 경영·경제학과 기초과목만 개설했으면서 경영학과 쏠림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책임을 떠넘기는 거다.” 이들은 경영계열을 선호하는 점을 부인하진 않았지만 “대학에 처음 와서 배우는 학문이 경영학밖에 없으니 쏠림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연세대 자유전공은 학과도 학부도 아니다. 학제상으로는 학부대학 소속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할 융합교육을 하겠다는 약속은 5년째 흐지부지 상태다. 지금까지도 담당교수가 배치되지 않았고 커리큘럼도 없다. 심지어 과방도 없다. 학생들은 2학년 때 각자 전공을 찾아가면 해당 전공에 소속된다. 학과를 옮긴(전과) 학생과 같은 처지다.

자기 전공을 찾아가도 편견의 벽이 있다. 이들은 전공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타 전공 학생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를 테면 대학입시에서 공정 경쟁을 회피한 ‘기회주의자’라는 낙인이다. 사석이지만 담당교수들조차 “마음대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으냐”고 핀잔을 줬을 정도다.

학생들이 2학년 때 전공을 찾아가면 책임질 일 없다는 식으로 자유전공을 운영해온 연세대가 ‘더 알찬’ 융합교육을 하겠다며 자유전공을 없애려고 한다. 지난 4년간 학생들을 방치해 온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다. 정말 학생들에게 알찬 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자유전공의 실패 원인부터 냉철히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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