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김은영 기자】전국 대학 기획실(처)장 등 대학 내·외부 인사들이 모여 보편적 고등교육시대를 맞은 대학이 처한 위기를 진단하고, 그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전국대학 기획실(처)장협의회(회장 조오현·건국대)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부산 웨스틴조선비치호텔에서 가야대 등 전국 1백30여개 대학 기획실(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편적 고등교육 시대에 대비한 대학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2001년도 하계세미나를 가졌다.

조오현 회장은 개회식에서 "2003년을 기점으로 대학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 예정자수를 넘어서는 등 한국은 이미 보편적 고등교육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대학의 발전 전략과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실(처)장들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한 때이니 만큼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나누자"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구관서 교육부 대학지원국장, 이규택 국회 교육위원장, 김기언 대교협 평가지원부장, 김상훈 부산일보 사장, 이영호 A.T. Kearney 이사,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 연구부장 등 6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나서 대학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대학재정 확충 및 건실화 방향'을 주제로 강연한 구관서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선진 대학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충분한 대학 재정이 기반돼야 한다"며 교육부의 재정지원 방안을 소개하고, 대학의 자구 노력을 촉구했다.

이규택 교육위원장은 '무너지는 공교육의 현실 진단'에서 정부의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이 교육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김기언 대교협 평가지원부장은 2주기 대학종합평가의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한편 '21세기 대학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김상훈 부산일보 사장은 기초학문 붕괴, 교수 처우 미흡, 정원미달, 대학 운영의 경직성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 재정 부실, 대학간 경쟁 강화, 지방대 소외 등을 현 대학이 봉착한 위기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대학의 변화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정보와 지식,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 시대에 대학은 '최첨단', '초일류', '초고속', '특성화', '개별화', '현지화'에 중심을 둬야 한다"며 "기술 우선의 시대에서 대학은 인간성을 중시하고, 중앙 및 집권화에 맞서 지방화·개별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팅사인 에이티커니(A.T. Kearney) 이영호 이사는 '전환기에 처한 대학의 혁신 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대학의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연구·행정·정보화·재정 등 5개 분야의 개혁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그는 특히 행정 개혁을 강조했는데, "일부 대학의 컨설팅 결과, 결재과정에 있어, 대학은 기업의 2배가 넘는 단계를 거쳐야 했으며, 그중에는 최종 결재까지 최고 16단계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고 행정조직의 유연화, 분권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또 앞으로 대학의 수준은 정보화 수준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대학의 정보화 수준은 민간기업 대비 20% 수준에 그치며, 그나마 대학간 격차가 극심하다고 지적하고, 대학의 정보화 추진을 위해 CIO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정보화 추진 조직을 갖추고, 전폭적인 지원과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 날인 29일 '세종계획과 정보화 사회'를 주제로 강연한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 연구부장은 국어정보화 중장기 사업인 '세종계획'의 내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소개했다.

한편 서울지역 간담회에서 각 대학 실(처)장 들은 각종 평가의 중복으로 인한 업무 과중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 대학 차원의 공동 대응 필요성에 대해 뜻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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