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파업 후 가계부채, 가정불화 증가 뚜렷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2006년 한국외대 노동조합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 중 79명(72%)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고 그 중 7명(6.4%)이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외대 노조가 발표한 ‘2006년 파업 이후 한국외대지부 조합원 실태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보면 파업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 증세 발생 유형(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7명(6.4%)이 자살충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진행됐다.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서면으로 진행됐으며 총 응답자는 120명이다. 노조는 그 중 2006년 파업 참가자 110명의 설문내용을 분석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12월 노조지부장과 수석부지부장의 사망사건이 발생해 파업 참가자들의 심리적 불안 증세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빈번하게 경험한 심리적 불안 증세는 울화증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울화증을 호소한 응답이 40명(36%)로 가장 많았으며 무기력증 31명(28%), 대인기피 26명(24%), 불안장애 16명(15%), 불면증 15명(14%) 순으로 나타났다. 공황장애를 경험한 직원도 10명(9%)으로 집계됐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 중 고용불안과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강박증을 호소한 사례가 많다”며 “특히 파업 당시 노조를 규탄했던 학교 관계자를 만났을 때 두려워서 피하거나 울화가 치미는 등 불안한 심리를 현재까지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파업 참가자들 대부분이 심각한 심리적 불안 증세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적 불안증세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유형’을 묻는 질문에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24명에 이른 것. 파업 자체를 떠올리지 않는 등 회피한 경우도 18명에 달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약물치료를 받았다는 응답은 9명에 그쳤다.

노조 측은 “파업과 관련된 심리적 장애는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언제 또 예측할 수 없는 불행한 일이 나타날지 모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파업 후 가정불화나 가계부채의 증가도 두드러졌다. 전체 응답자 중 23명(21%)가 배우자와의 관계가 나빠지거나 이혼했다고 응답했고, 가계부채도 89명의 조합원이 파업 전보다 증가했다고 답했다.

부채 증가액은 3000만원 이하가 48명(58%)로 가장 많았으나 5000만원 이상 증가했다는 응답도 18명(21%)로 나타났다.

‘파업 후유증 치유를 위한 사용자측 후속조치(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는 87명이 미지급임금 보상을 꼽아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했음을 드러냈다. 그 밖에 56명의 응답자가 ’조합의 자주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학교 당국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 응답도 41명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 설문조사는 최근까지 해고 또는 학교의 압력에 의해 비자발적 퇴사를 당한 조합원과 정년퇴직 조합원, 사망조합원은 제외됐다”며 “파업 직후 조합원이 겪어야 했던 피해 상황은 현재 통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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