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 대폭 늘리고 타 종립대에 비해 신입생 성적 뒤져

수능 4~5등급 진학 … ‘소수정예’ 교육도 포기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소수정예 교육을 표방하며 지난 2009년 개교한 충북 괴산의 중원대가 상위권 학생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강소(强小) 대학’ 진입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중원대는 ‘수능 1개 영역 이상 3등급 이내’인 학생 유치를 목표로 4년 전 개교했다. 당시만 해도 대순진리회가 기독교계(한동대)와 불교계(금강대)를 벤치마크해 야심차게 설립한 학교였기 때문에 대학가의 관심이 모아졌다. 캠퍼스에는 축구장과 수영장, 온천, 골프장까지 설치돼 있어 시설 면에서도 화제가 됐다.

대입시장에서도 중원대는 종립대학이라는 점, 소수정예 교육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한동대·금강대와 유사하게 인식됐다. 이들 대학이 각각 특화된 교육과 전폭적인 장학지원을 통해 ‘강소 대학’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중원대의 행보에도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중원대는 이듬해 대입부터 ‘학생 질 관리’ 수단인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높이는 데 실패한 것이다. 중원대는 신입생 모집에 난항을 겪자 ‘강소 대학’을 포기하고 입학정원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2009학년도 260명에 불과하던 입학정원은 2010학년도엔 550여명, 2012학년도엔 1100여명까지 늘었다.

신입생들의 입학 성적도 한동대와 금강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이투스청솔, 종로학원, 대성학원 등이 내놓은 2013학년도 정시모집 배치표를 종합해보면, 중원대 입학생은 4~5등급이 주를 이룬다. 평균적으로 수능 3등급 이상이 진학하는 한동대(1~2등급), 금강대(1~3등급)와는 이미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중원대는 시설은 뛰어나지만 한동대·금강대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의 대학이 아니다”라며 “입시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중원대에 지금보다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도 “한동대는 서울 소재 대학, 금강대는 수도권 소재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중원대는 일반적인 지방대와 신입생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개교한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원대를 모르는 수험생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인지도도 낮다”고 밝혔다.

중원대는 1100여명까지 늘린 지금의 입학정원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당초 소수정예를 표방하며 도입한 교수·학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레지던스 칼리지’ 개념을 유지할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중원대 기숙사 수용규모는 2100여명이지만 입학정원이 늘어나면서 당장 내년부터 재학생 규모(3000명)가 기숙사 수용인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원대 내부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이응세 입학팀장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앴고 학생들의 성적도 개교 첫해보다 낮아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입학정원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학생 유치가 가능해졌다. 연구력·사회봉사 등의 면에서 우리 대학의 강점을 고려한다면 대학 위상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레지던스 칼리지’ 개념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기획정보처 관계자는 “대학의 발전방향이 소수정예에서 중규모 대학으로 바뀌었다”며 “올 상반기 중 나올 중장기 발전계획에는 기숙사 신축 건이 포함돼 있어 ‘레지던스 칼리지’ 프로그램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가의 시선은 다르다. 중원대가 개교당시의 목표를 포기하고 수많은 지방대 중 하나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한 대학 총장은 “지방의 많은 대학들이 ‘제2의 한동대’를 꿈꾸면서도 중원대처럼 그저 그런 지방대로 연명하고 있다”며 “소수정예 대학이란 재단의 전폭적 지원, 구성원의 의지·희생 등이 모두 맞물려야 실현 가능한데 중원대가 개교 1년 만에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는 등 본래 목표를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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