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인들의 논문표절 논란이 또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또’ 라는 표현은 이런 경향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몇 해 전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던 몇몇 사건부터 최근의 스타강사 김미경씨, 방송인 김미화씨 등 언뜻 생각나는 것만 헤아리기에도 손가락이 부족하다. 이쯤 되면 유명 사립대의 한 교수가 모 장관 후보자를 예로 들며 “학생 여러분도 공직자가 되려면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논란이 될 수 있는)논문도 쓰지 말라”고 한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다.

기자는 논문표절과 관련한 대학가의 인식을 취재하면서 한 교수의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한 경험이 있다. 그 교수 왈 “많은 사람들이 논문 표절 사태의 심각성에는 공감한다. 정확한 표절 기준을 마련해 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거나 또 논란이 된 인사는 무겁게 처벌하는 등 갖가지 방안을 내놓는다.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사람’을 고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특히 이제 막 학문연구의 세계로 뛰어든 대학생들의 의식을 바로잡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기자도 대학시절을 거쳐 왔고 현재도 한 특수대학원(특수대학원을 논문 표절의 핵심 배경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에서 부족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직업 특성상 불규칙한 생활에 두 가지 일을 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원 과제에 급한 취재까지 겹치는 날에는 과제만이라도 손쉽게 해결하고픈 마음이 가득하다. 실제로 얼마 전 리포트 모음 사이트인 ‘OO캠퍼스’에서 단돈 몇 천원에 양심을 팔 뻔했다.

고교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대학생들이야 오죽할까. 자기 생각을 서술하는 것에 서투른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해서 용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남의 물건을 훔쳐야만 도둑인가, 지식을 훔치는 것도 ‘도둑’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 설문은 상황의 심각함을 잘 보여준다. 문헌정보처리기업 무하유가 1013명의 대학생을 조사한 결과 56%가 표절에 대해 죄의식을 느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 97%가 ‘표절, 인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82%는 ‘표절과 인용의 차이점을 잘 모른다’고 답했단다.

다행히 대학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분위기다. 당장 이번 학기부터 동국대, 중앙대 등이 과제표절을 과학적으로 적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것은 연구 혹은 학습 윤리의식의 확립이다. 남의 지식을 훔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학생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과제 베끼기가 버릇되면, 논문 베끼기는 죄의식이 결여된 행동이 된다.

문득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또 이런 속담도 생각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의 대학이 이번 주부터 중간고사 기간에 돌입한다. 수많은 과제(리포트)들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대학생 윤리의식 확립을 위한 대학들의 고민과 학생 스스로의 자성(自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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