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2014년 송도 5-7공구로의 캠퍼스 이전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박춘배 인하대 총장이 지난 달 교수·직원·동문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인하대가 당초 계획했던 송도 5-7공구 부지에 캠퍼스를 조성하지 못하고, 이를 11-1공구로 변경한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박 총장은 메일에서 “협상의 특성상 진행되는 협의 내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했던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메일을 받은 구성원들은 ‘이해’는커녕 불쾌지수만 올라갔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인천시와 부지 협상을 끝내놓고 이를 통보하는 식으로 메일이 보내졌기 때문이다. 협상과정에서는 구성원 의견보다는 학교법인(인하학원)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하대가 송도캠퍼스 조성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06년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부족한 ‘공간 문제’를 호소하던 학내 구성원들은 송도캠퍼스 조성을 환영했다. 구성원 전체가 노란 풍선을 들고 현 용현캠퍼스에서 송도까지 걸어가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일 정도였다.

그때 당시 구성원들이 가졌던 미래에 대한 희망은 7년 후 배신감으로 변했다. 희망찼던 퍼포먼스도 ‘총장 퇴진을 위한 1만 배 운동’으로 돌변했다. 2014년 송도캠퍼스 개교 목표가 3년 후인 2017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시일만 늦춰진 게 아니다. 구성원들은 자신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 총장과 법인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2014년까지 송도 5-7공구로 이전한다고 믿고 있었지만, 이를 변경하는 중요한 협상이 폐쇄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11-1공구에 대한 구성원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와 협상을 벌인 뒤 송도 5-7공구 이전을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단언한 총장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은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

대학본부는 송도 11-1공구로의 이전을 대학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박 총장은 “현장 답사를 다녀오고 부동산 전문가와 면담한 결과 5-7공구보다 주변여건이 훨씬 좋았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물론 본부의 선택대로 5-7공구보다는 11-1공구가 더 적지일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이번 결정과정에서 갖게 된 불신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학발전을 위해 추진된 캠퍼스 이전계획이나 학과 통폐합이 구성원 반발로 성공하지 못한 사례는 많다. 대학본부가 판단하기에 ‘대학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해도 구성원의 지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목표를 세우는 일만큼 과정에서 힘을 얻어야 시작과 끝이 매끄러울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인하대는 구성원들에게 송도 이전 부지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친절히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다른 의견도 폭넓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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