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 “계획은 계획일 뿐, 언제든 수정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대학 중장기발전계획의 진행사항에 대해 묻는 질문에 돌아온 대학의 답변이다.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 언제든 수정될 수 있어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러한 이유로 중장기발전계획의 구체적인 이행사항과 계획을 구성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A대는 중장기발전계획의 세부 계획, 수익, 지출 액수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사업비용만 1700억 원이 넘어가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 학교 측은 “이 중 약 60% 가량은 부채로 충당할 예정이고 이를 20여 년에 걸쳐 수익사업 등으로 상환하겠다”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

이러한 대학본부의 태도에 대해 A대 구성원들은 "그 많은 돈을 어디에서 빌려오며, 어떻게 갚을지 계획이 없다. 사업비를 등록금으로 충당할 것이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대학들의 중장기발전계획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학 비전선포식을 가면 ‘10년 안에 세계 100대 대학이 되겠다’는 총장들의 포부를 왕왕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만이 세계 100대 대학(QS 2012년 세계 대학 평가 순위기준)에 오르내릴 뿐이다.

이렇게 비전과 발전계획을 ‘일단 던져놓고’ 보는 대학들의 태도 때문에 대학구성원들은 몇 천 억이 들어가는 중장기 발전계획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B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 대학 중장기발전계획에 대해 "중장기 발전계획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굉장히 민감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장기발전계획은 졸업할 때까지 재학생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사업일수록 본부 내에서만 정보를 공유할 것 아니라 '학교가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한다. 계획은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계획 실행 과정을 대학 구성원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뚜렷한 내용없이 이상적인 계획만 세워 놓고 정작 구성원들에게 외면 받는 중장기 발전계획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학생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들이 동참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발전계획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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