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좌빨(좌파적 정치성향), 홍어(호남지역 사람), 김치녀(한국 여성), 원정녀(위안부), 민주화시키다(억압한다는 뜻)…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 준말)’ 회원들이 사용하는 은어들이다. 일베는 한 대학병원 전공의가 2년 전 개설한 단순 유머사이트였다. 이 사이트는 최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희화화 하고 호남지역,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을 비하하는 등 점차 반인권적 극우파시즘 집단으로 흐르고 있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일베 회원들을 벌레에 빗대 ‘일베충’이라고 부른다.

치기어린 젊은이들의 ‘배설 공간’이라고 제쳐두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회원 수 200만 명에,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대학을 비롯해 해외 유명대학 학생, 교수, 의사, 판사 등 지식인 계층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대거 가입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요즘 일베의 주 무대는 대학이다. 한 일베 회원은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가 주최한 ‘5·18 광주 민중항쟁 사진전’에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의 조정에 의해 일어난 폭동’이라는 글귀와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을 무단으로 붙여놓는가 하면 부산대, 서강대의 5·18 행사 관련 대자보도 뜯겨져나갔다. 고려대·연세대 축제에는 일베 회원을 미화한 캐릭터 ‘베츙이’ 탈을 쓴 인형이 난입하기도 했다. ‘일베 회원임을 밝히면 학점을 잘 주겠다’는 자칭 교수까지 나타나 물의를 일으켰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일베의 활동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섰다”며 수사기관은 물론 여야 정치권이 이들의 행동을 제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베가 대학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화의 상징’인 대학을 웃음거리로 만들어서 권위와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속셈이다.

학생들은 이들의 언행에 대해 ‘대학 내 건전한 공론장에 대한 공격’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모양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단순한 해프닝 아니겠느냐”면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입을 닫았다.

그러나 일베와 같은 단체가 대학을 무대로 일삼는 역사왜곡과 반인권적 언행이 과연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을 일인가. 대학이 팔짱을 낀 사이 일베를 비롯한 각종 웹사이트에는 반인권적인 글들이 여과 없이 게재되고 있다. ‘지성의 전당’ 대학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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