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연구처장협의회 이모저모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 동안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대학연구처장협의회에는 당초 예상을 웃도는 1백89여명의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등이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비교적 타이트한 일정에도 처장들은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산학협력단 관련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대학 연구경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SCI 논문수 제고를 고민하던 연구처장들 상당수가 산학협력 성과에 무게를 둔 산학협력단장으로 변모하는 추세. 협의회는 이같은 흐름을 반영해 공식 명칭을 ‘전국대학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로 바꿨으며 이영무 한양대 학술연구처장을 신임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이례적으로 교육부 산학협력 담당자들이 총출동해 ‘경제통’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강력한 산학협력 마인드를 실감케 했다. 당초에는 김 부총리가 직접 참석해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들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었으나 국회 국정감사 일정상 불참했다. 대신 서남수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 홍국선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을 비롯해 김영철 산학협력과장 이하 사무관 등 교육부 산학협력과 소속 관료등 9명이 참석, 이틀동안 자리를 지켰다. 특히 첫날 떠난 서 차관보를 제외한 나머지 관료들은 회의 내내 배석해 처장들의 건의·문의 사항을 1대1로 해결해주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국 대학의 연구처장·산학협력단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지난달 27일 불거진 서울대 교수의 연구비 유용사건을 놓고 처장들은 현행 연구비 관리제도에 대해 성토했다. P대 산학협력단장은 “연구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연구비 관리에 치중한 결과”라며 “결과를 엄격히 평가할 능력이 없기 때문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는 “연구를 돕는 학생들은 많고 간접비는 쥐꼬리만큼인데 어떻게 하겠냐”고 푸념했다. K대 산학협력단장은 “지금의 연구비 관리 제도에서 운용의 여지가 있는 것은 인건비 뿐”이라며 “연구비 유용의 사례를 꼼꼼히 뜯어보면 참여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를 임의로 조정하다가 생기는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S대 산학협력단장은 “현 제도대로라면 교수라면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면서도 “연구비 관리제도 개선을 공식적으로 건의하고 싶지만 ‘그 틈을 이용해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생각 때문에 선뜻 나서기도 힘들다”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라고 토로했다.
한편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대학 내 연구관리 관행과 불가피하게 규정에 맞지 않게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짐작컨대 보도된 내용처럼 파렴치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도 “이같은 문제로 연구지원 확대 주장의 목소리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 차관보는 또 “7~9월 정부 각 부처가 치열한 예산확보 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이번 경우처럼 연구비 관리에 타격을 주는 내용이 보도되거나 실제로 벌어진다고 한다면 관련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모든 대학의 공동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철저히 대응하는 등 대학의 자율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연구재원을 받아 시행안 연구 결과가 국가, 사회, 학문 발전에 유용하게 쓰여졌는지 사회에 홍보하는 등 사회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학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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